해녀할멈들 기억 속 50년 전 제주 바다...‘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전

해녀할멈들 기억 속 50년 전 제주 바다...‘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전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9-09-07 09:30
수정 2019-09-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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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용왕님이랜 해서! 용왕님이난, 막 서방들게 합서. 물건 많이 보이게 해줍잰 하고 절하는 거. 거북이 보면 어른들도 경했댄 해부난. 우리도 놀라지도 않고 영 해여. 그냥 막 인사 해여”

제주 우도 해녀 공순삼 할머니는 ‘첫 물질 나갔을 때 바다 속’을 묻는 말에 바다거북과 마주친 기억을 떠올렸다. 큰언니 해녀 강금자 할머니의 기억 속 제주 바다에는 10m나 되는 물고기들이 색색의 산호초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뜨개질로 되살리는 제주 산호숲. 오롯 제공
뜨개질로 되살리는 제주 산호숲. 오롯 제공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의 제주 바다는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며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해녀 할머니들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기억 속 제주 바다를 한 가닥 털실로 엮어내는 일이었다.

사라진 제주 바다 산호숲을 뜨개질로 되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년 간 500명이 넘는 시민이 두 손으로 코바늘을 뜨며 사라진 산호숲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21명의 제주 해녀들을 만나 50년 전 바다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들의 절박한 마음을 담은 소박한 전시회 ‘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 전이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제주옹기 숨 미술관에서 제주 주민과 관광객들을 만난다.
제주 바다의 모자반 숲. 임형묵씨 제공
제주 바다의 모자반 숲. 임형묵씨 제공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은 “환경운동으로서의 산호뜨개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우리를 꿈틀거리는 예술의 생명력으로 기운 나게 한다”라며 “산호뜨개를 하면서 사람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동들에 대해 민감해지고, 자신의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바다의 상상과 바다에 대한 염려를 전한다”라고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오롯 측은 ‘전시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제주도 자연이 파괴되는 것과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는 것, 사람들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과 산호가 파괴되는 것이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산호를 알리는 것으로 단절과 파괴와 개발의 시대에서, 연결과 살림과 보살핌의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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