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게 들린다고요, 그게 제가 연주하는 이유죠”...하프시코디스트 마한 에스프하니 첫 내한

“생소하게 들린다고요, 그게 제가 연주하는 이유죠”...하프시코디스트 마한 에스프하니 첫 내한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8-11-21 13:24
수정 2018-11-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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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호아트홀서 골드베르크변주곡 연주

마한 에스프하니 금호아트홀·DG 제공
마한 에스프하니
금호아트홀·DG 제공
“하프시코드가 생소하게 들린다고요? 그것이 제가 연주하는 이유죠.”

하프시코드(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 연주자 마한 에스파하니(사진·34)는 자신의 악기로 현대곡을 연주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수백년전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로 연주한다는 원전연주의 시각에선 다소 낯선 도전이지만, 그는 바로크 음악은 물론 스티브 라이히나 헨릭 고레츠키 같은 현대작곡가의 곡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며 주목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자 젊은 작곡가들도 그에게 하프시코드을 위한 곡을 만들어 초연을 맡긴다. 그는 22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첫 내한공연에 앞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단지 최고의 음악을 연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란 테헤란 출신의 에스파하니는 어린시절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했다.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9세 때 도서관에서 들은 체코 음악가이자 이후 그의 스승이 된 주자나 루지치코바의 하프시코드 연주를 듣고 프로음악가의 길을 꿈꾸게 됐다. 스탠퍼드대에서 음악학과 역사를 전공한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연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하프시코드 연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2008년 영국 BBC 뉴제너레이션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그라모폰지 올해의 음악가 후보로 세 차례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에스파하니는 하프시코드가 다른 현대악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주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이 하프시코드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사람들이 하프시코드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면, 그것 자체가 우리 연주자들의 ‘실패’를 의미한다”면서 “우리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은 이 악기의 ‘선교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첫 내한 공연의 레퍼토리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바흐가 한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했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현대에 이르러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릴 만큼 가장 사랑받는 곡이 됐다. 그는 이 곡의 의미에 대해 “나는 밤을 좋아하는데, 인간을 생각에 잠기게 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밤은 숭고한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것 역시 숭고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흐는 에스파하니가 어린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며 가장 먼저 접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바흐를 이해하고 연주하기 위해 평생을 다 써도 아깝지 않다”면서 “나는 바흐와 함께 여행하며 매일매일 새롭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바흐 건반악기 시리즈를 5년간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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