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F 기대작 ‘위대한 조련사’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이번 작품은 제대로 된 인간이 되려면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말했던 ‘죽음은 한 자루의 뼈밖에 남기질 않는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생은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생을 완전하고 풍부하게 산다는 것은 항상 투쟁입니다.”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대작 ‘위대한 조련사’의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는 “보통 혼자서 작업을 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공연이라는 장르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밖에 없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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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처음 방문한 파파이오아누는 공연을 앞두고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감은 인생 그 자체, 인생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으로부터 받는다”며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고,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작품에 녹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위대한 조련사’의 한 장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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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의 남자 배우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남긴 불후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 속 비너스처럼 서 있는가 하면 우주복을 입은 배우가 우주를 유영하듯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단순미의 거장’답게 그는 한마디의 대사 없이 오로지 몸짓으로 꿈꾸는 듯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무대 위에 감각적으로 펼쳐 낸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장면도 사실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저에게는 신성한 의무와도 같습니다. 인간은 그간 복잡한 문화를 만들어 왔지만 사실 잘못된 창조물, 생산물들만을 세상에 던져 냈을 뿐입니다. 우리는 조용하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여백과 공백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잃고 있죠. 단순한 시대로 돌아가 과거의 시간에 감사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000명 이상의 출연진이 동원된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은 그의 독창적인 창작 세계와 연출 역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그는 2015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1회 유러피언게임 개막식을 총연출하며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그간 대형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그에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 어린 소년이 혼자 굴렁쇠를 굴리며 걸어가던 장면이 저에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아테네올림픽 때 어린 소년이 종이배 모양 보트를 타고 홀로 물을 가르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올림픽은 특정한 문화의 창문을 여는 큰 기회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그 나라가 지닌 역사와 철학적인 면을 보여 줘야 합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는 서구, 특히 미국의 규칙에 따르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고유함을 잃고 비슷한 문화만 만들 뿐입니다. 한국 문화만의 고유함을 보여 주세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7-09-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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