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출 작품 ‘그랜 토리노’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스트우드가 오랜 파트너인 워너브라더스와 다시 손 잡고 영화 ‘2번 배심원’(Juror #2)를 연출한 뒤 공식 은퇴한다고 미국 영화매체 ‘디스커싱필름’이 지난달 30일 전했다. 영화업계에 60년 이상 몸담으며 자신의 이름을 감독과 제작자로 남긴 작품만 50편 가까이 남기게 된다. 이 가운데 연출 작품은 40번째가 된다. 촬영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2번 배심원’은 살인 재판의 배심원이 자신이 피해자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음을 깨닫고 진실을 털어놓을지 아니면 다른 배심원들을 조종해 빠져나갈지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를 다룬다.
물론 이스트우드 본인이 이 작품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매체는 그와 친한 소식통이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영화 일을 접고 싶어한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스트우드는 최근 10년 동안 ‘저지보이즈’, ‘아메리칸 스나이퍼’,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라스트 미션’, ‘리차드 쥬얼’, ‘크라이 마초’까지 모두 일곱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30대와 40대 혈기 왕성한 감독도 보여주지 못한 왕성한 창작욕이라 할 수 있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90대의 거장 감독이 얼마나 영화와 촬영장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2년 전 그는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궁금증에 답을 들려줬다. “도대체 왜 90대가 돼서도 일하느냐고? 사람들이 당신에게 토마토를 던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나도 그만하면 됐는지 궁금해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내가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칠면조 몇 마리 풀어놓으면 금방 알게 된다.”
같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그냥 좋아서.” “노땅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감독 노릇이다.”
이스트우드는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올랐다. 1971년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연출에 데뷔한 뒤 ‘용서받지 못한 자’, ‘미스틱 리버’, ‘밀리언달러 베이비’,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그랜 토리노’,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의 명작을 만들어왔다.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밀리언달러 베이비’(2004)로 두 번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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