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기공식…내년 여름 개관 예정
스페인 건축가 메니스 설계…제주자연 품으로
폐암 3기 판정 공개…“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박서보미술관 건축 디자인. 기지재단 제공
기지재단은 지난 14일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이하 JW 메리어트 제주)에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박서보미술관은 이날 공사를 시작해 JW 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대지면적 1만 2137㎡, 건축면적 2407㎡(전시관 156.6㎡), 총건축면적 1만 1571㎡(전시관 900㎡) 규모로 지상 1층 지하 2층 건물로 건립돼 내년 여름 개관할 예정이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박 화백은 “미술관 건립을 위해 물심양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제주의 자연과 함께 예술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박서보 화백 부부의 모습. 기지재단 제공
그런 그가 기공식날 최근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해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이제는 암은 친구로 모시고 함께 산다고 생각하고 있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가끔 기침이 날 뿐, 평소와 다름없어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화폭에서, 삶에서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로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박 화백은 ‘어머니 고향’ 경북 예천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교육자이자 행정가이며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하고 이끌어 온 세계적인 거장이다. 1961년 유네스코 산하 IAA 프랑스위원회 주최 세계 청년화가 파리대회의 1위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5년 워싱턴 국립 허시혼미술관에서 제40주년 기념 ‘시각미술상’을 했으며 2021년에는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에게 그림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매체가 아닌,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비워내는 수신의 도구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그의 색채 묘법시리즈는 감상자의 고뇌까지도 흡수하는 치유의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여름 쯤 완공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술관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풍광을 품은 곳에 자리잡게 되어 무척 기뻐하고 있다.
박서보미술관을 설계한 페르난도 메니스. 기지재단 제공
전시실은 지하 2층에 위치하며 자연 빛을 받아들이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자연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서보 작가의 예술철학과 맞닿는 부분이다.
박서보 화백. 기지재단 제공
메니스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콘크리트와 깨진 벽돌을 섞어서 만든 새로운 유형의 콘크리트인 피카도(Picado) 기법을 활용한 벽체 마감으로 구성된 미술관 표면 콘크리트의 차가운 느낌을 지우고 평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박 화백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작품을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제주 자연과 닮은 미술관으로 탄생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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