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3500억원 모스크바로 송금
빈 호텔·두바이 제트기 보유 드러나
54년간 2대째 권력을 세습한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17조원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비자금 추적이 시작됐다. 러시아에 있는 수십 채의 아파트와 고층 빌딩, 오스트리아 빈의 호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개인 제트기 등 비자금 규모가 최대 120억 달러(약 17조원)라고 미국 국무부는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반군에게 정권을 넘겨 준 바샤르 알아사드(59) 전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하기 전 2년 동안 중앙은행에서 약 3500억원을 모스크바로 보냈다고 전했다. 당시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 제압을 위해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받았으며 그의 친척들은 비밀리에 모스크바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었다.
외화 부족에 시달리던 시리아 정권은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은행에 100달러와 500유로 지폐로 무게만 2t에 이르는 돈을 입금했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국제 마약 거래와 연료 밀수로 돈을 벌고 중앙은행을 비자금의 거점으로 삼았다.
알아사드 정권의 부(富)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면서 오히려 증가했는데 그 핵심에는 영국 JP모건 투자은행에 다녔던 알아사드 대통령 부인 아스마(49)가 있다. 아스마는 통신회사 지배권 등 시리아 내 자산을 감독했는데 국민 참상을 외면한 사치벽과 독재 정권 옹호로 ‘지옥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다. 알아사드 일가는 주요 독점 기업을 운영하면서 국가를 사유 기업처럼 지배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1대 독재자인 하페즈부터 2대 바샤르까지 처가, 형제, 처남, 조카 등 일가족을 총동원해 조세회피처에 수십 개 계좌를 보유하는 등 국제적 비자금망을 세웠다.
알아사드 대통령 도주 뒤 분노한 시리아인들이 들이닥쳐 찾아낸 대통령궁의 슈퍼 카와 명품도 전체 비자금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 국무부 등 서방 당국의 협조로 전 세계 인권 변호사들이 시리아 국민을 위해 비자금을 찾기 시작했지만 회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비자금 추적에도 국제 소송을 거는 등 수년간의 노력을 들였지만 찾아낸 돈의 액수는 미미하다.
2024-12-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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