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오일 머니’로 주요 대회 싹쓸이
인권 탄압 이미지 지우려는 ‘스포츠 워싱’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새로운 스포츠 제왕들’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글로벌 스포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동 산유국들을 조명했다.
지난달 29일 프로복싱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와 종합격투기 스타 프란시스 은가누의 ‘세기의 대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다. 예전 같으면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특설링에서 펼쳐졌을 경기다. 대전을 기획한 복싱 프로모터들은 사우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퓨리는 “그들(사우디)이 경기를 장악하고 있다. 10년 안에 모든 스포츠 대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사우디에서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힐랄로 이적한 네이마르(왼쪽). 알힐랄 홈페이지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가 유치한 국제 행사는 2027년 AFC 아시안컵과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하계아시안게임, 2034년 월드컵(사실상 확정), e스포츠 월드컵 등 5개다. 사우디 정관계, 기업이 지원하는 스포츠 후원 계약만 3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자금의 출처를 두고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여성과 노동자, 성소수자(LGBT) 인권 문제 등에서 여러 논란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동 국가들의 ‘돈 풀기’가 스포츠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스포츠 워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WP는 “(주요 스포츠) 리그와 팀, 선수들이 (중동 국가들의) 돈을 거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프로복싱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와 종합격투기 스타 프란시스 은가누의 ‘세기의 대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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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런 흐름은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개최 이후 더 강해지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대형 스포츠 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개최가 점쳐지고 있고, 카타르 역시 월드컵에 이어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나설 전망이다.
WP는 “한 국가가 세계 무대에서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고자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유럽과 북미가 수십 년에 걸쳐 세계 스포츠를 장악해왔다”고 분석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개막식. 한국은 올핌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가이미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서울신문 DB
현재 유럽 등 전통적인 개최국들은 예산 삭감 등 이유로 올림픽과 같은 고비용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여력이 줄었다. 이를 간파한 중동 국가들이 스포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포츠 컨설턴트인 마크 가니스는 “(중동 국가들의 투자 행렬은)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아직 1쿼터 중반도 안 지났다”며 “향후 10년 이상 성장할 메가트렌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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