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술집서 10대 청소년 21명 집단 의문사…“독극물 가능성”

남아공 술집서 10대 청소년 21명 집단 의문사…“독극물 가능성”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6-28 09:58
수정 2022-06-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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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대부분 시험 마친 10대 청소년
집단 사망 원인 미궁…“시신에 외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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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술집서 집단 의문사…청소년이 대부분
남아공 술집서 집단 의문사…청소년이 대부분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소도시 이스트런던 타운십의 태번(술과 음식을 파는 영업장) 밖에서 경찰이 전화하는 동안 마을 주민들과 유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 태번에서는 13∼20세 청소년 20명이 사망했으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국은 사망자 중 다수는 기말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학생들로 시신에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06.27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발칵 뒤집은 ‘술집 집단 사망’ 사건의 사망자 21명이 전원 10대로 밝혀졌다.

집단 사망 미스터리…“압사 가능성 없어”27일(현지시간)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남아공 동남부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한 술집에서 발생한 집단 사망 사건의 사망자 21명은 모두 13~17세 청소년이다. 19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2명은 병원에서 혹은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8명은 여성, 13명은 남성이다.

다만 이날 오후까지도 시신 3구에 대한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자 중 다수는 기말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사망 원인이 압사가 아니라는 잠정적 결론이 나왔다. 당국과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한 친척은 외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체에서는 타살을 의심할만한 외상이 없었고 술집 바닥에서도 혈흔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는 술집 바닥에 사망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소파와 테이블에도 희생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채 엎어져 있는 모습 등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들이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혹은 연기 같은 것을 들이마셔서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독극물 중독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감식반이 투입돼 독극물 분석 보고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8세 미만 연령제한에도…“제한 없이 술집 출입”남아공에서 18세 미만 음주는 금지돼 있는데도 버젓이 이들이 출입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16세 소녀는 BBC방송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공짜 술을 나눠주고 연령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픽픽 쓰러지길래 폭음을 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처음에 생각했다”면서 “(놀란) 나를 포함해 다른 많은 사람이 창문으로 도망쳤다.내 친구들이 죽어서 우리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람들로 가득 찬 술집에선 최근 학교 시험이 끝난 것을 기념해서 10대들이 모여 파티를 했고, 생일 파티 모임도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사건이 벌어진 이스트런던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쪽으로 1000㎞ 정도 떨어진 항구 도시로, 에뇨베니라는 이 술집은 이스트런던 흑인 타운십(집단 주거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스트런던이 위치한 이스턴케이프주(州)의 주류협회는 문제의 술집을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영업 정지시켰다. 술집 주인은 “이런 일이 터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8세 미만 금주인데도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진 데 대해 개탄했다. 남아공 주류협회는 10대에 대한 음주 판매는 형사 기소 대상이라고 밝혔다.

폭음 문화가 있는 남아공에선 음주로 인한 사고가 드문 편이 아니지만 이번에 대형 참사가 터져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상황이다.

오스카 마부야네 이스턴케이프 주 총리는 “믿을 수가 없다. 20명의 젊은 목숨을 그렇게 잃다니”라며 애도하면서 무분별한 술 소비를 비판했다.

현장을 방문한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은 브리핑을 하려다가 십대들이 한꺼번에 많이 숨진 데 대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희생자 부모와 주민들도 눈물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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