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우크라 여객기 ‘미스터리’… 이란 미사일에 격추?

커지는 우크라 여객기 ‘미스터리’… 이란 미사일에 격추?

한준규 기자
입력 2020-01-09 22:14
수정 2020-01-1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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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에 사고기 블랙박스 제공 거부…항공사·우크라, 기체 결함 가능성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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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젖은 우크라 여객기 유족
슬픔에 젖은 우크라 여객기 유족 전날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진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의 승무원 유가족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주재 미군 부대에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에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의 사고 원인을 놓고 미국 일각에서 ‘테러’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이란은 초기 조사 결과 ‘기체결함’이라는 입장이다. 키예프 로이터 연합뉴스
전면적 군사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미국과 이란이 이번엔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 조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여객기(보잉 737-800)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했고, 176명 전원이 숨졌다. 이란의 대미 보복공격이 감행된 날 벌어진 사고여서 일각에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란 당국은 초기 조사 결과 기체 결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민간항공청은 9일 “초기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가 이륙해 서쪽으로 비행하다 문제가 생긴 뒤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향해 우측으로 기수를 돌렸다”며 “추락 직전에 사고기가 불길에 휩싸였고 지면에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기 소속 항공사 측은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가능성을 부인했고,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대사관도 기술적 고장 가능성을 거론했던 성명 내용을 수정하면서 테러 연관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미국에 사고기의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블랙박스 2개에 대해 자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민간항공협약인 시카고협약에 따르면 조사 책임은 항공 사고가 발생한 국가가 맡지만 항공기를 제조한 국가와 항공기를 운항한 항공사의 소속 국가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의 조사 참여는 정당한 것이지만 이를 이란이 거부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사일에 의한 격추, 이란 배후 등을 거론하기도 한다. 제프리 구체티 전 미국 연방항공청(FAA) 사고조사팀장은 블룸버그에 “항공기록과 사고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전형적인 엔진 고장이나 화재 사고가 아닌 것 같다”며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붙이거나 폭발을 일으킨 게 아니라면 비행기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추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20-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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