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핵합의 이행축소 3단계 조처”
佛 구제안 이견 커… 4단계 조처 예고국무부 “더 많은 제재”… 트럼프는 유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럽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6일(현지시간)부터 핵기술 연구개발을 가속화해 핵합의 이행 범위를 줄이는 3단계 조처를 하겠다고 4일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6일부터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로 제한한 핵기술 연구개발 시간표를 지키지 않겠다”며 “여러 종류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신형 원심분리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수와 성능을 연구개발 목적으로 일정 기간 제한해 핵무기 원료가 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우라늄과 중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했고, 1단계 조처 이후 60일 뒤인 지난 7월 7일 2단계 조처를 실행했다. 앞서 핵합의 서명국인 프랑스가 이란산 원유를 선구매하는 조건으로 150억 달러(약 18조원)의 신용공여 한도를 이란에 제공하는 내용의 핵합의 구제안을 이란과 논의했지만 협상이 지연돼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3단계 조처 후 다시 프랑스와 협상해 60일 내 결론이 나지 않으면 4단계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이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미국은 프랑스가 제안한 핵합의 구제안에 제동을 걸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한) 더 많은 제재가 나올 것”이라며 “최대 압박이라는 우리의 전략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의 핵합의 구제안이 실현되려면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에 대해 제한적으로 신용공여나 신용장 개설을 용인해야 하지만 미국은 제재를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이란을 띄우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국무부와 엇박자를 보인 가운데 이란의 3단계 조처로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9-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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