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최고의 지성 여교수 18개월형 선고 순간에 브래지어 시위

우간다 최고의 지성 여교수 18개월형 선고 순간에 브래지어 시위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8-03 09:45
수정 2019-08-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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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간다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스텔라 냔지가 2일(현지시간) 수도 캄팔라의 법정에 연결된 비디오 생중계 화면을 통해 1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된 순간 브래지어를 찬 가슴을 보여주며 항의하고 있다. 그녀는 법원에 출두하길 원했으나 판사는 비디오 생중계로 참여하라고 했다. 그녀가 가슴을 보여주자 방청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이 환호했고 법정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4명이 체포됐다. 캄팔라 AFP 연합뉴스


우간다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스텔라 냔지가 2일(현지시간) 수도 캄팔라의 법정에 연결된 비디오 생중계 화면을 통해 1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된 순간 브래지어를 찬 가슴을 보여주며 항의하고 있다. 그녀는 법원에 출두하길 원했으나 판사는 비디오 생중계로 참여하라고 했다. 그녀가 가슴을 보여주자 방청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이 환호했고 법정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4명이 체포됐다.
캄팔라 AFP 연합뉴스
로이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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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스텔라 냔지(44)가 1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된 순간 항의의 표시로 가슴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이후 교도소에 구금 중인 냔지는 2일(이하 현지시간) 사이버 성희롱 재판의 선고 공판이 진행된 수도 캄팔라의 부간다 로드 법원에 연결된 비디오 생중계를 통해 참석해, 선고 형량을 듣는 순간 이런 행동을 했다. 맨가슴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브래지어를 한 채였다. 그녀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요베리 무세베니(74) 대통령이 “죽은 엄마의 자궁 안에서 독성 고름에 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적었다가 기소됐다. 이날 누가 보더라도 심한 형벌이 선고됐지만 두 번째 기소 내용인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전날 그녀는 미리 선고 내용을 전해 듣고 열정적인 연설을 통해 판결에 실망했다며 자신은 “무세베니를 화나게 할 목적이었다. 우리는 그의 독재에 신물이 난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우간다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참담한 수준이며 무세베니 대통령은 “싫은 소리를 견뎌내지 못”한다. 연초에도 우간다 당국은 정부 약품의 불법 판매 실상을 취재하던 BBC 취재진을 구금했다.

냔지는 동아프리카 최고의 상아탑으로 인정받는 마케레레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저명 연구자다.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올렸는데 시(詩)로 표현하거나 해학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가장 최근의 포스트에는 “당신들의 법정에 내가 용의자이자 죄수로 서 있다는 사실은 독재의 여러 단면을 함축하는 것이다. 난 독재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난 최악의 독재자를 축출하는 투쟁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우간다 당국에 판결을 번복해 냔지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동아프리카 지부의 조안 냐뉴키 국장은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우간다 정부의 공언에도 배치하고 얼마나 비판을 못 견뎌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냔지는 페이스북에 올린 다른 글에서 무세베니 대통령을 “궁뎅이 한 짝”이라고 비난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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