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여야 무승부… 5선 유력 네타냐후 ‘반쪽 승리’
보수 약진… 연정 꾸려 총리직 유지할 듯‘反이란’ 정세에 기댄 승리… 리더십 타격
환호 대신 안도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시간) 밤 10시쯤 나온 총선 출구조사에서 신승이 예상되자 부인 사라와 얼굴을 맞대고 안도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의 중도정당연합 ‘청백’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약 30%의 지지율로 나란히 의회 35석을 확보했지만 보수 정당이 65석, 중도·아랍 정당이 55석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5선이 유력해졌다.
텔아비브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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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은 승부를 내지 못했으나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을 눌렀다. 리쿠드를 포함한 우파 및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이 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65석을 차지한 반면 중도·아랍 정당은 55석을 갖는 데 그쳤다. 이스라엘 법은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주게 한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경쟁자 간츠 전 참모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이겼지만 민심이 반(反)팔레스타인·반이란 쪽으로 기운 덕에 얻은 승리인 데다 뇌물 수수 등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한 재판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온전한 승리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 결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및 적성국 이란과의 갈등, 시리아 주둔 미군 축소 등 이스라엘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표심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등 선거 막판에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2시 텔아비브에서 승리 연설을 통해 “나는 모든 이스라엘인, 즉 우파와 좌파,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들만의 나라’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정착촌 합병, 대이란 공세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만큼 앞으로 일대 정세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4-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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