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화 ‘원더우먼’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배우 겸 TV 진행자 로템 셀라가 네타냐후 측근의 발언을 공격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반박하자 가돗이 재반박하며 셀라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실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국체와 관련된 것이다.
셀라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미리 레제브 문화스포츠부 장관 TV 인터뷰를 보고 화가 났다”고 적었다. 레제브 장관은 “다음달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패배하면 다른 유력 후보인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아랍인들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셀라는 “이스라엘이 모든 국민을 위한 국가이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이 정부 인사들은 언제쯤 알 것인가. 아랍인들도 인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8년에 이스라엘이 건국된 뒤에도 팔레스타인 후손들은 계속 남아 있어 현재는 16만여명, 전체 인구의 20%쯤 된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과 보건, 주거 등에서 유대인 주민보다 못한 기회를 갖는다며 자신들을 이류 국민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갤 가돗 인스타그램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단지 이번 선거에서 핵심 질문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강력한 우파 정부가 이끌어야 하는가, 아니면 아랍 정당들의 지지를 받는 (재무부 장관 출신) 야이르 라피드와 간츠의 좌파 정부가 이끌어야 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주례 국무회의에서도 “헷갈리는 몇 사람에게 답하고 싶다”며 “이스라엘은 모든 국민의 민족국가가 아니다. 다른 소수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국가 대표성을 가진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이스라엘 의회는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유대민족의 조국으로 정의하고 이스라엘의 민족자결권이 유대인의 고유한 권리를 골자로 한 기본법을 통과시켜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셀라와 네타냐후 총리의 SNS 설전을 지켜본 가돗은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히브리어로 “자기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우파-좌파, 유대인-아랍, 세속적-종교적 문제가 아니라 평화, 평등, 상대방에 대한 인내에 관한 대화의 문제“라며 셀라의 편을 들었다. 이어 “그런 희망의 책임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줘야 하는 우리에게 있다”며 “로템, 내 자매여,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연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도 이날 구체적인 인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최근 “이스라엘의 아랍계 주민에 대한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언급들”이 있었다고 개탄했다. 총선은 다음달 9일 실시되는데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달 말 네타냐후 총리를 총선이 끝난 뒤에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공표해 정국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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