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21일 만에 첫 제재… 추가조치 예고
러시아, 사우디 주최행사 참석하며 밀착에르도안, 왕세자와 사건 이후 처음 통화
웃음 띤 빈 살만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왕세자가 23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개막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참석자들과 밝은 표정으로 셀피(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리야드 AFP 연합뉴스
리야드 AFP 연합뉴스
AP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사우디 정부 인사 21명의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지 21일 만에 나온 미국의 응징 조치다.
비자 취소 대상자는 사우디 왕실, 정보기관, 외무부 등 정부 관계자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처벌은 미국의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제재 조치도 예고했다.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등의 추가 조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분노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 살해) 은폐는 역사상 최악의 은폐였다”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워싱턴 EPA 연합뉴스
궁지에 몰린 사우디도 러시아와 공조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지난 23일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불참한 사우디 주최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거물급 기업 대표단을 결성해 참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사우디와 관계를 왜 망쳐야 하느냐”며 훈수하기도 했다.
터키는 카슈끄지 피살과 연관된 팩트나 의혹을 서구 언론에 흘리면서 사우디를 누르는 데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CNN은 22일 카슈끄지로 위장한 인물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빠져나가는 영상을 터키 당국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하루 뒤 로이터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인 사우드 알타카니 고문이 사건 당일 카슈끄지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로 언쟁을 벌였으며, 암살조에게 “그 개자식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터키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카슈끄지 피살사건을 완전히 규명하는 데 필요한 공동 노력과 대책에 관해 논의했다. 카슈끄지 실종사건이 불거진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으나, 살인 임무를 지시한 ‘최종 윗선’으로 의심 받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는 처음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10-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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