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팔 “분노의 날” 시위 유혈 충돌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팔 “분노의 날” 시위 유혈 충돌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05-15 02:04
수정 2018-05-1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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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70주년 건국일에 개관식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대사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이날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이다. 팔레스타인은 격렬한 분노에 휩싸여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이스라엘 시위 ‘분노의 날’에 돌입했다. 이날 특히 가자지구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스라엘군이 실탄을 발사해 최소 52명이 숨지고 1200여명이 다쳤다.
예루살렘 美대사관 개관…이스라엘군 발포, 팔레스타인인 최소 52명 사망
예루살렘 美대사관 개관…이스라엘군 발포, 팔레스타인인 최소 52명 사망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대사관 개관식을 열면서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개관식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두 번째)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참석한 장녀 이방카(네 번째) 백악관 보좌관과 남편 재러드 쿠슈너(세 번째) 백악관 수석고문 등 미 정부 대표단과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며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고 있다.
예루살렘 로이터 연합뉴스
예루살렘 美대사관 개관…이스라엘군 발포, 팔레스타인인 최소 52명 사망
예루살렘 美대사관 개관…이스라엘군 발포, 팔레스타인인 최소 52명 사망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대사관 개관식을 열면서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팔레스타인 전역에서는 주민 수천명이 쏟아져 나와 미 대사관 이전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최소 52명이 숨지고 1200여명이 다쳤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가자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축구단에 트럼프 이름 붙여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대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의 거리에 이스라엘 국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내걸었다. 이스라엘의 프로축구 명문팀 ‘베이타르 예루살렘’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기리고자 팀 이름을 ‘베이타르 트럼프 예루살렘’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저녁 이스라엘 외교부에서 전야제를 겸해 열린 연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있다. 우리 국민은 그의 대담한 결정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면서 “예루살렘은 지난 3000년 동안 유대 민족의 수도였고 70년 동안 이스라엘의 수도였다. 영원히 우리의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므누신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동시에 새 대사관을 개설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개관식은 물리적 충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행사장 주변 인근 교통을 차단했고 팔레스타인 접경 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주변에 보병 여단 3개 대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미국을 따라 대사관을 옮길 예정인 과테말라, 파라과이를 비롯해 난민 문제 등으로 유럽연합(EU)과 대립 중인 헝가리와 루마니아, 체코 등의 대표단이 개관식에 참석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지역의 대표단은 불참했다.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마련된 무대에 미 해병대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예루살렘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마련된 무대에 미 해병대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예루살렘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요르단 지역이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기념일인 ‘예루살렘의 날’이기도 한 14일(현지시간) 기념 행사에 참여한 이스라엘 남성(오른쪽)이 팔레스타인 여성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예루살렘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요르단 지역이었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기념일인 ‘예루살렘의 날’이기도 한 14일(현지시간) 기념 행사에 참여한 이스라엘 남성(오른쪽)이 팔레스타인 여성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예루살렘 AFP 연합뉴스
●교통 차단·3개 대대 추가 배치 ‘삼엄’

국제사회가 이번 문제의 매듭을 풀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유엔 등 국제기구는 그간 수차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예루살렘 수도 주장 등을 비판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했다.

팔레스타인은 외로운 투쟁을 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는 이스라엘, 미국과 함께 반이란 연대 구축을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가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에 동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앞서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사우디 국영언론은 서방 외신을 인용해 팔레스타인의 반대 시위, 미 대사관 이전 소식을 인용해 보도했고 왕실이나 외무부도 따로 비판 성명을 내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이 분노의 날 시위로 저항을 시작한 가운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미국 대사관 이전에 대해 “모든 아랍인, 아랍 국가에 대한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100만명의 순교자를 이스라엘에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미국이 현대판 십자군전쟁을 하겠다는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 전쟁에서 후퇴와 유화정책은 소용없다”며 미국에 맞서는 성전(지하드)을 촉구했다.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북쪽 분리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피우면서 이스라엘군의 시야를 가리고 분리장벽으로 향했다.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은 실탄을 쐈다. 14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 52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지고 1200여명이 다쳤다. 일일 사망자로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이후 최다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루살렘 관광 케이블카 설치 논란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개관식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서예루살렘과 동예루살렘을 잇는 관광 케이블카 설치 프로젝트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케이블카 설치는 기존의 서예루살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점거한 동예루살렘에 대한 관할권까지 강화하는 조치다. 야리브 레빈 이스라엘 관광장관은 “케이블카 프로젝트는 관광객과 방문객들이 통곡의 벽에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예루살렘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05-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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