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성희롱 처벌법도 추진… 여권 신장 ‘액셀’

사우디, 성희롱 처벌법도 추진… 여권 신장 ‘액셀’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10-01 21:36
수정 2017-10-0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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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전 허용에 이어 사회 개혁

여성의 운전을 전격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에는 성희롱 처벌법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여성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 일간 아랍뉴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최근 성희롱을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법을 만들라고 내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살만 국왕은 “성희롱의 위험성과 개인, 가족 및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슬람 율법, 사우디의 관습·전통에 어긋난다”면서 “성희롱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내무부는 60일 안에 성희롱 처벌법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징역형, 태형(매를 때리는 형벌) 등의 처벌이 유력하다.

지난달 26일 여성의 운전 금지령을 해제하고 28일에는 여성의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 획득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성희롱 처벌법까지 추진하면서 사우디 내부에서는 호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칼리 알 제하니 변호사는 “남성의 권리 침해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성인권에 대한 지지를 확인시켜줬다”고 평했다. 파이살 알 마슈 변호사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질적인 도약”이라고 말했다. 한 사우디 여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마침내 인간으로 느껴졌다”고 썼고, 다른 여성은 “꿈이라면 깨우지 말라”고 적었다.

사우디에서는 성폭행을 저지르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사형당한다. 하지만 성희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었다. 2014년 진행된 한 연구 결과 18세에서 48세 사이 사우디 여성 중 80%가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년 뒤 진행된 설문에서는 성희롱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92%였다.

지난 8월 여성의 양육권 보장 등 여성을 보호하는 법안 4개를 잇따라 통과시키고 지난달 23일 건국기념일 축제 행사장에 처음으로 여성 입장을 허용하는 등 최근 사우디 왕실이 보여주는 파격적 행보는 왕위 계승 서열 제1순위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개혁 ‘비전2030’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비전2030은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와 보수적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10-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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