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女경찰 히잡 씌우고 세속주의 벗나

터키 女경찰 히잡 씌우고 세속주의 벗나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08-28 22:06
수정 2016-08-28 22: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터키공화국 종교·정치분리 상징… 親이슬람 정부 탈세속주의 가속

터키 정부가 27일(현지시간) 여성 경찰에게 그동안 종교적 의미가 있는 차림새라며 금지해 온 이슬람식 스카프 ‘히잡’ 착용을 허용했다. 터키에서 히잡 착용 금지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의미하는 세속주의 정책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지난달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권력을 강화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의 탈(脫)세속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터키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여경은 제복과 같은 색상의 무늬 없는 히잡을 착용할 수 있다”면서 “이는 발표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터키는 인구의 99%가 무슬림이지만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1923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할 때부터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근간으로 삼았다. 이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하지 않고, 종교적 보수주의의 상징인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등 서구 사회의 모방을 통한 근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2002년 이슬람 색채가 강한 에르도안이 집권한 이후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2010년 대학 캠퍼스 내 히잡 착용 금지 규정을 철폐했다. 이후 2013년에는 군인과 경찰, 판검사를 제외한 여성 공직자의 히잡 착용도 허용했고, 2014년에는 중고생들에게도 허용됐다.

친정부 매체들은 스코틀랜드나 캐나다 등 일부 서방 국가도 여경의 히잡 착용을 허용한다는 점을 들어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히잡 착용 허용이 터키공화국의 근간인 세속주의를 재해석하려 한다며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이는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도 친이슬람 정부하에서 비주류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억지로 히잡을 써야 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08-29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