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국민 기본권·자유 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게 됐다. 지난 15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뒤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여온 에르도안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독재의 길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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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기간에 에르도안은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 더불어 에르도안과 내각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칙령을 시행할 수 있다. 칙령은 당일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의회가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의해 장악돼 있어 거수기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칙령을 심의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누만 쿠르툴무스 부총리는 유럽인권보호조약을 당분간 정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그는 “프랑스가 했던 것처럼 전쟁이나 비상시에 유럽인권보호조약 15조에 따라 유럽인권보호조약을 정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해 “평상시로 돌아오는데 최대 한 달이나 한 달 반(45일)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력화하고 막강한 권력을 수중에 넣으면서 의원내각제인 터키가 대통령중심제로 사실상 변모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례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은 2014년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뒤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추진해 왔다.
에르도안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민주적인 의원내각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사태 선포는 국가를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한 예방 조치이며 민주주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서 “유럽 국가들도 똑같이 한다”며 독재화를 우려하는 비판을 일축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를 진압한 뒤 미국에 망명한 귈렌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군인, 공무원, 교직원 등 6만명을 구속, 해고, 직위해제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7-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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