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외교번호판 단 차량 몰고 호텔 진입”알라는 위대하다” 외친 후 식당과 복도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말리 호텔 테러’ 풀려난 인질들
20일(현지시간)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 호텔에서 발생한 인질극 도중 풀려난 인질들의 모습. 무장단체는 인질극 도중 80명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 경찰이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바마코(말리) AFP 연합뉴스
바마코(말리) AF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말리 수도 바마코의 고급호텔 ‘래디슨블루’에서 발생한 유혈 인질극 참상이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인질극 직후 극적으로 탈출하거나 구출된 이 호텔 직원과 투숙객 등을 따르면 객실 190개를 갖춘 7층짜리 이 5성급호텔은 괴한이 침입한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이 CNN과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방송 등에 인터뷰한 내용으로는 AK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괴한은 가짜 외교 번호판이 단 차량을 몰고 당일 오전 7시께 호텔 정문 검문소를 무사 통과했다.
외교관 차량은 경비원이 특별한 내부 검사 없이 그냥 통과시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괴한 최소 2명은 곧장 호텔 정문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나서 로비에 들어섰다. 그리고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친 뒤 모든 방향을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괴한 일부는 얼굴과 목을 가리는 방한모를 착용했고 검은색 피부를 지녔다.
“이들은 또 조식 뷔페가 마련된 1층 식당으로 걸어갔다. 이들 중 1명은 식당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들은 조식을 먹으려고 모인 투숙객들의 식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 달아나는 투숙객들에게도 총탄을 발사했다.
괴한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움직이는 것은 모든 것을 쐈다고 이 호텔 직원 탐바 쿠예는 증언했다.
쿠예는 비상구를 통해 직원들과 함께 학살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이 호텔의 한 접수 직원은 참수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한 백인 남성의 목을 쳤다”며 “이후 난 사무실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이른 아침 호텔 헬스장을 이용한 투숙객 미카엘 스카플리스는 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 총탄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봤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깨달은 그는 곧장 문을 닫고 나서 헬스장으로 돌아가고서 옆문을 통해 호텔 바깥으로 탈출했다.
호텔 안에서 괴한들은 이후 각 층 객실을 돌아다니며 인질 사냥을 했다. 괴한이 호텔 안을 배회할 때 이곳에는 투숙객 140명 직원 30명이 인질로 잡혀 있거나 객실 등에 숨어 있었다.
말리 정부군과 경찰이 현장에 배치되고 나서 호텔 4층과 7층 등 내부에서 총성이 잇따라 들렸다.
괴한들은 호텔을 장악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암송한 투숙객 일부 인질을 풀어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질극이 벌어지고 나서 몇시간 뒤 말리 특수부대는 호텔 진입 작전을 펼쳤다. 미군과 프랑스군이 이 작전에 동참했다.
결국, 호텔 진입 작전이 마무리되면서 인질극도 발생 1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은 당일 늦은 밤 인질극 상황 종료를 설명하면서 인질 19명과 테러범 2명 등 모두 2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테러범이 군 병력에 사살됐는지 아니면 자폭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말리 당국은 이번 사건에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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