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3~4개 주거시설 10억 3000만원…대형쇼핑몰 2개·골프장 등 자리잡아
2007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부인인 그라샤 마셸은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한 숲을 찾아 무릎을 꿇고 샴페인을 뿌리며 남아공의 발전을 기원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2.5배에 이르는 초호화 주거시설이 들어섰다.인종차별과 극심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는 남아공에 대형 호화 주거단지가 들어서 구설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려 3억 5200만 유로(약 4190억원)가 투입된 이 대형 프로젝트는 공교롭게도 2013년 타계한 만델라 대통령의 ‘절친’인 한 억만장자가 만델라의 격려 속에 첫 삽을 뜬 사업이다. 지난 10일 정식 개장한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슈타인시티’로, 남아공의 보험재벌인 도 슈타인(62)이 2007년 청사진을 제시했다.
슈타인은 이곳에 고대 로마제국의 황궁을 모방한 ‘슈타인 팔라조’란 저택을 비롯해 약 1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와 2곳의 쇼핑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골프장, 대형 수영장과 스케이트장 등 초호화 주거단지를 꾸렸다. 방 1개짜리 아파트 분양가는 8만 9000유로(약 1억 600만원), 방 3~4개짜리 주거시설은 86만 4000유로(약 10억 3000만원)에 이른다. 단지 내에선 차량의 통행이 엄격히 제한되고 자전거와 도보 이용이 권장된다.
이 같은 시설이 주목받자 남아공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남아공 무역노동연맹의 패트릭 크레이븐 대변인은 “어마어마한 분양가 탓에 백인 부호들만 입주가 가능한 슈타인시티야말로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라며 규탄성명을 냈다. 게다가 슈타인시티 바로 옆에는 무려 20만명의 흑인 빈곤층이 거주하는 디스루트라는 소도시가 자리해 있다.
반면 슈타인시티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웃 디스루트시의 고용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무려 1만 1800명의 흑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남아공 정치권에선 과거 만델라 전 대통령과 슈타인의 관계를 도마에 올렸다. “만델라가 생전 슈타인을 아들과 같이 대했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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