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45m 강풍 동반 역대 최대 폭우
인명 피해 속출… 도쿄에 홍수 경보
도요타·닛산·혼다 등 공장 가동 멈춰
자민당 총재 후보들 출마 선언 연기
29일 제10호 태풍 산산이 지나간 일본 남서부 규슈 미야자키에서 한 작업자가 강풍으로 날아온 대형 금속판 잔해 위에 서 있다. 역대급 위력으로 평가받는 산산은 시속 15㎞로 천천히 이동하며 일본 전역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야자키 EPA 연합뉴스
미야자키 EPA 연합뉴스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제10호 태풍 산산이 29일 오전 8시쯤 일본 남부 규슈에 상륙하면서 일본 열도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구마모토현에서 느린 속도로 북북동 방향으로 이동 중인 태풍 산산의 중심기압은 985hPa(헥토파스칼)이며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45m에 이른다. 초속 50m 수준의 바람은 주행 중인 트럭을 넘어뜨릴 수 있는 위력이다.
산산은 이동하면서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다. 오이타현 사이키시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48시간 동안 581㎜의 비가 쏟아졌다. 197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이 지역에서 기록된 가장 많은 강우량이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가고시마현에 폭풍·파랑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태풍에 따른 특별경보 발령은 2022년 9월 태풍 난마돌 이후 2년 만이다. 특별경보는 이날 현재 주의보 등으로 낮춰졌다. 특히 산산은 열도를 따라 북상하는 데다 자전거 속도에 불과한 시속 15㎞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어 호우 등의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산산은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쳐 오후 9시 도쿄도에 폭우와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태풍에 따른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NHK 자체 집계 결과 오후 5시 기준 미야자키현 등 규슈 지역에서 모두 85명이 태풍으로 다쳤고 한 명이 사망했다. 또 규슈 지역 25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구마모토현에서는 모두 113만여 가구 225만여명에게 피난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27일 밤 아이치현 가마고리시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5명이 매몰돼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일본 내 교통편도 멈췄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이날부터 30일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193편을 결항하기로 했다. 신칸센 열차도 구간에 따라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강력한 태풍에 대비해 공장들도 속속 운영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물류 차질 등을 고려해 전날 저녁부터 30일까지 일본 내 차량 조립공장 14곳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29~30일 규슈 내 공장 가동을 중지한다.
태풍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력 후보로 떠오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애초 30일에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지만 다음달 6일로 연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태풍 대응이 우선이라며 출마 선언을 미뤘다.
2024-08-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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