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日드라마, 한국에 크게 밀려”…연예계 만연 ‘성폭력’에 원인…日전문가 분석

“재미없는 日드라마, 한국에 크게 밀려”…연예계 만연 ‘성폭력’에 원인…日전문가 분석

김태균 기자
입력 2023-06-05 14:42
수정 2023-06-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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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즈 창업자 ‘연습생 성착취’ 파문 日사회 충격
“연예계 성폭력 은폐 권력구조에 日TV 재미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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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쿄 시내의 한 전광판에 ‘일본 아이돌의 대부’ 쟈니 기타가와가 전날 사망했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다. 교도 AP 연합뉴스
2019년 도쿄 시내의 한 전광판에 ‘일본 아이돌의 대부’ 쟈니 기타가와가 전날 사망했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다. 교도 AP 연합뉴스
“성폭력 은폐가 가능했던 권력 구조야말로 일본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 주범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형 연예기획사 창업자의 ‘아이돌 연습생 성 착취’ 파문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연예계를 주름잡는 거물급 인사들의 과도한 입김이 성폭력 사태를 낳고 나아가 일본 드라마의 경쟁력을 실추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일본 대학교수가 지적했다.

일본은행(중앙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하라다 유타카 나고야상과대학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4일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 인터넷판에 ‘쟈니즈 성폭력 문제로 드러나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와 한국에 패한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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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유타카 나고야상과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4일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 인터넷판에 기고한 ‘쟈니즈 성폭력 문제로 드러나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와 한국에 패한 진짜 이유’ 칼럼. 화면 캡처
하라다 유타카 나고야상과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4일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 인터넷판에 기고한 ‘쟈니즈 성폭력 문제로 드러나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와 한국에 패한 진짜 이유’ 칼럼.
화면 캡처
그는 “고 쟈니 기타가와(1931~2019년)의 성폭력 사건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연예계 성폭력 문제가 은폐돼 온 권력 구조야말로 일본 TV를 재미없게 만들어 버린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J팝 유명 그룹 ‘스맙’과 ‘아라시’ 등을 배출한 대형 연예기획사 쟈니즈사무소의 창업자 기타가와의 남성 연습생 대상 성 착취 만행이 영국 BBC 탐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폭로됐다. 기타가와는 20년 이상 ‘주니어’라고 불리는 어린 소년 연습생들을 성적으로 착취 및 학대했고, 일본 방송계 등은 이를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하라다 교수는 “드라마 출연 배역 선정을 프로듀서나 연출가 등 현장에 맡기는 게 당연하지만, 쟈니즈 사무소와 같은 연예기획사의 힘이 세지면서 현장 재량권이 약해졌다”며 “그렇다 보니 현장의 의욕이 저하되고 드라마의 질이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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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3일 이틀 연속 역대 최다(1661명, 1695명)를 기록한 가운데 수도 도쿄의 한 거리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20.11.13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3일 이틀 연속 역대 최다(1661명, 1695명)를 기록한 가운데 수도 도쿄의 한 거리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20.11.13 로이터 연합뉴스
“연예기획사들이 드라마 출연 캐스팅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진짜로 적합한 배우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캐스팅은 드라마의 질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진 연출자가 담당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출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힘이 더 강해지고 그것이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한 뒤 “이것이 바로 연예계에 성폭력이 많은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연예기획사의 지배력이 강해져 제작자, 연출자, 극작가 등 제작 현장의 힘을 넘어선다면 현장은 점점 더 의욕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제작에 열정을 갖고 연출에 인생을 거는 인재들이 모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연예기획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후에 일어날 일은 드라마 제작비의 폭등과 질적 저하다.”
일본 남성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오카모토 가우안이 지난 4월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창립자인 자니 기타가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일본 남성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했던 오카모토 가우안이 지난 4월 12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창립자인 자니 기타가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하라다 교수는 “일본 드라마들은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에 한국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일본 드라마는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은 재능의 자유경쟁 마당이 돼야 하며 질에 대한 책임 체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번 성폭력 문제를 계기로 일본 드라마 업계가 변화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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