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서울 절반 크기 美광구 120개 유전… ‘코리안 셰일오일’ 쏟아진다

[글로벌 인사이트] 서울 절반 크기 美광구 120개 유전… ‘코리안 셰일오일’ 쏟아진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8-12-03 22:46
수정 2019-06-19 14:4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글로벌 에너지 혁명 최전방 미국을 가다

세계 최대 산유국은 어디일까. 우리는 흔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원유 공급의 80%를 차지하며 막강한 에너지 권력을 휘두르던 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올해 원유 시장점유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국제유가를 요동치게 했던 ‘중동’은 더이상 국제유가의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킹피셔카운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네마하 광구의 피치패드 셰일오일 생산 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생산량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킹피셔카운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네마하 광구의 피치패드 셰일오일 생산 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생산량 등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은 올해 기준으로 미국이다. 3위는 러시아, 4위는 중국, 5위가 캐나다다. 가까스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중동 국가들이다. 이 같은 중동 산유국의 몰락은 사우디 주변의 산유국들이 차례로 내전에 휩싸이면서 생산량이 급감해 시장지배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셰일오일 채굴 기술 발전으로 셰일오일과 중동석유 생산비용이 비슷해지면서 중동산 원유가 가졌던 절대적 가치 상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셰일오일이란 지표면 부근에 분포한 전통적 원유와 달리 셰일층에서 뽑아낸 원유다. 생산 비용이 높아 각광받지 못했으나, 최근 추출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셰일오일 혁명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 오고 있다. 크고 작은 셰일오일 개발업체 1만여개가 미국 곳곳에서 셰일오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셰일오일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이 성취하지 못한 ‘자원 부국’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잔뜩 흐린 날씨에 강풍까지 불던 지난달 30일, 오클라호마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리자 끝도 없이 펼쳐진 초지 곳곳에 40m 높이의 원유 시추기(리그)와 방아깨비가 방아 찧듯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로봇 팔 모양의 ‘펌핑 유닛’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가 오클라호마주 킹피셔카운티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네마하 광구의 셰일오일 시추 현장이다.
이미지 확대
네마하 브레트 17-M1NH 시추 현장 책임자인 브론즈 월리엄스는 “어제 리그를 설치하고 오전부터 시추를 위해 땅에 구멍을 뚫고 있다”면서 “수직으로 2㎞ 파 내려가서 수평으로 보통 1.6㎞ 정도를 판다”고 설명했다. 결국 셰일오일층을 가로질러 ‘L’자 모양으로 구멍을 파고 거기에 쇠파이프를 집어넣어서 원유와 가스가 나오는 길을 내준다. 이것이 ‘수평시추공법’이다.

그러고 나서 고압의 물줄기를 분사해 암반을 부서뜨린다(수압파쇄공법). 그러면 압력 차이에 의해 주변에 있던 셰일오일과 가스가 암반이 깨진 곳으로 모이고, 이것을 미리 설치한 파이프로 끌어올리면 된다. 오일과 가스, 각종 돌 등이 섞인 것을 저장하면 미리 계약한 에너지 업체가 거둬 간다. 그들이 다시 정제해서 일반 주유소나 일반 가정에 공급한다. 4년째 셰일오일의 시추를 책임지고 있는 안형진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부 매니저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 정도인 네마하 광구(약 308㎢)에 현재 120개 ‘정’(셰일오일 시추를 위해 땅에 구멍을 뚫은 곳)이 있으며 그곳에서 하루 3900배럴 정도의 셰일오일과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300여개의 정을 더 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이 돼야 채산성이 맞기 때문에 유가 상황에 따라 향후 계획은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SK는 2014년부터 셰일오일 생산을 시작한 인근 플리머스 광구(약 247㎢)의 일일 생산량 1700배럴 등을 합쳐 미국에서 하루 평균 5600배럴의 셰일오일과 가스를 생산 중이다. 안 매니저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부터 개인사업자까지 1만여개에 달한다”면서 “이렇게 많은 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니 셰일오일 채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뿐 아니라 채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도 엄청난 규모의 셰일오일이 매장돼 있지만 유독 미국에서만 셰일오일 채굴이 이뤄지는 이유는 ‘인프라스트럭처’ 때문이다. 월리엄스 책임은 “셰일오일의 시추봉을 박고 생산·보관하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파이프 업체뿐 아니라 물탱크차와 레미콘, 수평시추를 위한 ‘비트’ 업체 등 50여개 업체가 필요하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인프라 구축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안 매니저도 “셰일오일 개발을 위한 수압파쇄에 엄청난 양의 물이 투입된다”면서 “중국은 물이 부족한 국가이기 때문에 수압파쇄공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유일하게 땅속에 묻힌 지하자원은 땅 소유자의 것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셰일오일 개발을 위해서 정부가 아니라 개인과 계약하면 되니까 진입장벽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고, 계약이 간단하다는 장점도 있다. 안 매니저는 “4년여 동안 미국에서 얻은 셰일오일 생산 노하우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자원 부국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는 생산량 등이 크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리그를 두 개에서 세 개로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오클라호마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2-04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