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보란 듯… 위성 파괴용 무기 쏘고, 핵 훈련 돌입한 러시아

美·EU 보란 듯… 위성 파괴용 무기 쏘고, 핵 훈련 돌입한 러시아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4-05-23 03:09
수정 2024-05-2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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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위성 정보 교란·무력화 시도

저궤도 위성 발사 美 국방부 확인
2019·2022년 배치된 무기와 유사
남부 군관구 핵무기 실험 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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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인근서 전술핵 훈련 시작
러시아, 우크라 인근서 전술핵 훈련 시작 러시아 남부군관구에서 한 군인이 21일(현지시간) 전술 핵무기인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장전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방의 도발에 대응해 전술 핵무기 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남부군관구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지역을 담당한다.

로스토프나도누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무기를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발표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참여한 전술핵훈련도 시작됐다. 유사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위성 정보를 교란하는 동시에 자국 핵무기를 사용해 서구세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 16일 미 정부 위성과 같은 궤도에 새로운 우주 무기를 배치했다”면서 “2019년과 2022년에 배치된 대위성 (무기의) 탑재물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전날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 차석대사도 러시아가 제출한 ‘우주 군사 활동 대응’ 결의안 표결 전 러시아의 대우주 무기 발사 사실을 공개하고 “러시아의 행보는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위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할 우주 무기를 발사한 것은 2022년이다. ‘코스모스2553’으로 알려진 이 위성은 핵무기 탑재도 가능한 기종으로 개발됐다. 현대전에서 위성이 제공하는 지리 정보는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러시아가 타국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무기를 배치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 등 서방이 참전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인 1980년대 미국과 이른바 ‘스타워즈’ 경쟁을 벌이다가 예산 과다 지출로 스스로 무너졌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주군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도 대거 늘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자신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는 속내다.

워싱턴은 러시아의 우주 무기를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러시아와의 우주전을 대비해 특정한 기밀을 해제하도록 미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핵무기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서방세계 참전 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주 무기와 핵무기를 모두 사용해 유럽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엄포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남부 군관구에서 비전략 핵무기 준비·사용을 위한 실전훈련에도 돌입했다.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시험하기 위한 훈련을 준비하도록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2024-05-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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