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등굣길에 콘돔·생리대·똥이라니…오물 뒤덮인 영국 마을

애들 등굣길에 콘돔·생리대·똥이라니…오물 뒤덮인 영국 마을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4-04-03 17:10
수정 2024-04-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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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크셔주 램번의 길거리에 오물이 널부러진 모습. Stevepowellbbc X캡처
영국 버크셔주 램번의 길거리에 오물이 널부러진 모습. Stevepowellbbc X캡처
영국의 한 마을이 3개월 넘게 하수구가 넘쳐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 등굣길에 각종 오물과 생리대, 콘돔이 널브러져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텔레그래프, 야후 뉴스 등은 런던 서쪽에 있는 램번 주민들이 마을에 ‘램번 똥 쇼’라는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마을에 배설물이 넘쳐나자 화가 난 주민들이 표지판을 세운 것이다.

원래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이었지만 램번은 지난해 12월 마을 중앙에 있는 뉴베리 스트리트의 배수구가 넘치기 시작하면서 고통받게 됐다. 맨홀에서 하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후 도로에는 3개월 넘게 배설물과 콘돔, 속옷, 생리대 등이 나뒹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12월부터 하수가 도로를 따라 흘러 보호구역인 램번 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사람의 배설물과 위생용품이 도로를 따라 강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생각만 해도 역겹다는 걸 알지만 길에는 콘돔과 탐폰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하고 냄새는 끔찍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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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번 마을 주민들이 ‘램번 똥 쇼’라고 적힌 표지판을 세워뒀다.  AnothervoiceWB X캡처
램번 마을 주민들이 ‘램번 똥 쇼’라고 적힌 표지판을 세워뒀다. AnothervoiceWB X캡처
영국에서는 1989년 수도가 민영화된 후 설립된 회사 템스 워터가 런던 일대의 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템스 워터는 “이 지역에 내린 과도한 폭우는 이 지역의 지하수와 강 수위가 여전히 매우 높고 땅이 포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물의 상당량이 지역 하수도 시스템으로 유입되어 맨홀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템스 워터는 “하수도가 계속 흐르도록 하고 추가 홍수를 막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제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회사가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하원의원 로라 페리스는 템스 워터가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환경청에 보낸 서한에서 “왜 아무도 폐수가 맨홀을 떠난 후 물에 도달하기 전에 어떤 종류의 장치로 폐수를 잡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히며 “그토록 귀중한 수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태도는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현지 환경단체는 “규제받지 않는 수자원 회사 템스워터 등이 수십 년 동안 방치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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