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구한 호주 의사 부친상 비보… 소년들 진정제 먹고 잠수

13명 구한 호주 의사 부친상 비보… 소년들 진정제 먹고 잠수

최훈진 기자
입력 2018-07-11 22:44
수정 2018-07-1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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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구조 뒷얘기

동굴 빠져나온 뒤 임종 소식 접해
1억ℓ 물 빼낸 배수펌프 고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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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해리스 연합뉴스
리처드 해리스
연합뉴스
태국 동굴 소년들의 기적 같은 탈출을 가능케 한 ‘숨은 영웅’ 중 1명으로 꼽히는 호주 남부 출신 마취과의사 리처드 해리스가 동굴 속에서 생존자들을 돌보느라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11일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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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전원 구조의 순간
13명 전원 구조의 순간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이 지난 10일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고립돼 있던 유소년 축구팀 소년과 코치 등을 들것에 실어 밖으로 옮기고 있다. 치앙라이 로이터 연합뉴스
30년 경력의 잠수 베테랑인 그는 실종 열흘 만에 발견된 유소년 축구팀 13명이 전원 구조되기까지 자진해서 동굴로 들어가 이들을 보살폈다. 생존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구조 계획 수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일간 사우스모닝헤럴드 등 외신들은 13명을 모두 탈출시킨 뒤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온 해리스가 아버지 임종 소식을 전해듣고 큰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태국 구조에 참여한 19명에게 ‘올해의 호주인상’을 수상해야 한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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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나카’라는 필명의 태국 만화작가가 멧돼지 머리 위에서 웃고 있는 13명의 생환자와 구조에 참여했던 국가의 국기를 그린 만화. 하단에는 전원 구조한 2018년 7월 10일을 D데이로 기념한 문구가 들어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타오나카’라는 필명의 태국 만화작가가 멧돼지 머리 위에서 웃고 있는 13명의 생환자와 구조에 참여했던 국가의 국기를 그린 만화. 하단에는 전원 구조한 2018년 7월 10일을 D데이로 기념한 문구가 들어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구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거대한 배수시설과 동굴 안으로 물이 더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건설한 댐이다.

당국은 구조를 시작하기 전까지 1억ℓ가 넘는 물을 빼내 동굴 내 수위를 낮췄다. 수영과 잠수 경험이 전혀 없는 소년들이 가능한 한 더 긴 구간을 걸어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실제로 전원 구조에 성공한 직후인 10일 오후 배수펌프가 갑자기 고장 나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BC방송 등은 이날 잠수 전문가 등 구조대 100여명이 동굴 안 1.5㎞ 지점에서 정리 작업을 하는 도중 메인 펌프가 고장 나 수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순식간에 차오르는 물을 피해 서로 소리치며 높은 곳으로 올랐으며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목격담을 풀어놨다.

유소년 축구팀 13명은 잠수 전 ‘공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항불안제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소년들이 마취 상태였냐’는 등의 억측에 “마취 상태에서 어떻게 나오겠냐.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돕는 진정제였다”고 부인했다.

고립된 지 16~18일 만에 생환한 소년들은 감염 우려 탓에 가족들을 직접 대면하진 못하고 있다. 첫날 구조된 4명만이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이날 알려졌다. 제싸다 촉담렁숙 공중보건부 사무차관은 “그들은 구조돼서 감사하고 기쁘다는 말을 했다. 또 집에 가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소년들은 몸무게가 1~2㎏ 빠진 것 외에는 건강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8-07-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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