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형수 37명 ‘감형’… 트럼프 측 “혐오스러운 결정”

바이든, 사형수 37명 ‘감형’… 트럼프 측 “혐오스러운 결정”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4-12-25 02:42
수정 2024-12-2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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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두고 ‘종신형’으로 줄여
법치주의·대통령 권한 한계 논란
트럼프 측 “피해자와 가족 모욕”
마라톤 폭탄 테러범 등 3명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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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임기 만료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형수 40명 가운데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해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사형 찬성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달 20일 취임하기 전 이들을 살리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민주당에서도 회의론이 대두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나는 살인범을 규탄하고 그들의 극악무도한 행위로 인한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면서도 “내 양심과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에 따라 사형제 중단에 확신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사형 집행을 재개하도록 물러서 있을 순 없었다”며 연방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 37명에게 사형 면제 특사를 베풀었다.

감형받지 못한 3명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31) 등 대규모 인명 피해 범죄를 계획한 이들이다. 이번 결정은 사형제도에 비판적인 민주당 성향과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이 맞물려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39명을 사면하고 약 1500명을 감형했다. 단일 사면·감형 사례로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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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인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세계 최악의 살인범들에게 내려진 바이든의 혐오스러운 결정은 피해자와 가족, 피해자를 사랑하는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다시 한번 피해자보다 범죄자를 편들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 20년 가까이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그에게 권력을 넘기기 전 선제적 사면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약속을 깨고 불법 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사법처리를 기다리던 차남 헌터를 사면한 전례와 겹치며 ‘임기 막판 사면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민주당 소속 마이크 퀴글리 하원의원은 CNN 방송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며 “법원 판결을 행정부가 손쉽게 뒤집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말했다.
2024-12-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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