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기업에 390억弗 규모 배정
트럼프 반도체법 규정 철회 우려에美상무부 주말 반납하며 협상 돌입
삼성 64억·SK 4.5억 달러 지급 전망
“연구개발 자금 다 지출하는 게 목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1.16.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정권 이양을 약 2개월 앞두고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밀어내기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기업에 할당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후속 협상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에 주기로 한 390억 달러(약 54조 5000억원) 대부분을 기업에 배정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300억 달러(42조원)는 복잡한 정부 협상 과정이 끝나지 않아 예비각서만 체결한 채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텔에 85억 달러,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66억 달러, 삼성전자 64억 달러, SK하이닉스에 4억 5000만 달러 등을 비롯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글로벌파운드리스, 영국 BAE시스템스에도 보조금 지급이 발표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리가 떠날 때까지 모든 연구개발(R&D) 자금을 다 지출하는 게 목표”라며 “첨단 기술 선도 기업들과 관련된 주요 발표를 모두 확실히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안보에 집중하는 기관”이라며 “안보는 탱크와 미사일만이 아니라 반도체, 인공지능(AI)까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속도전에 돌입한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책인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매우 나쁜 거래”라며 “보조금을 줄 게 아니라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공장을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러몬도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지시하고,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속도전에 힘입어 TSMC의 애리조나 법인은 최근 기업들 중 처음으로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뒤이어 협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러몬도 장관은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이 분명한 데드라인”이라면서도 “반도체법 보조금 규정이 철회될 가능성을 과도하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보조금이 지급되면 법적 구속력이 있어 의회 동의 없이는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반도체법은 여야 할 것 없이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고, 보조금 수혜 기업 상당수는 텍사스, 애리조나, 인디애나 등 공화당 주지사·의원이 포진한 지역구에 있어 이들이 보조금 취소를 반대하리라는 관측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의견을 나눈 업계 관계자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반도체법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고 WSJ는 전했다.
2024-11-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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