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청사진 내민 폼페이오 “비핵화 땐 국제사회 편입 돕겠다”

대북 청사진 내민 폼페이오 “비핵화 땐 국제사회 편입 돕겠다”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6-01 22:54
수정 2018-06-0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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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과 북·미 회담 기자회견

“北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된 미래 누릴 것”
경제 지원 넘어선 체제보장 패키지 제시
공동체 인정 시사… IMF 가입 승인 유력
폼페이오 “72시간 실무협상 실질적 진전”
비핵화·체제보장 방식 의견 접근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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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폼페이오
활짝 웃는 폼페이오 북·미 고위급 회담의 주축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 기자회견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뉴욕 EPA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에 따른 미래 청사진의 키워드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된 국가’를 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 고위급회담에 대해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비핵화 방식과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회담을 끝내고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한(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SCSP’로 요약되는 키워드 중 ‘안전’과 ‘번영’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민간 자본 투입을 허용해 북한의 인프라와 농업을 발전시키며 경제 번영의 길을 적극 돕겠다는 구상이다.

‘강한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 약속과 경제적 번영을 통해 북한이 진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키워드는 ‘연결’이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따라 ‘은둔의 왕국’ 체제를 견지해 온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국제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혜택이 부여된다’는 기존 입장, 즉 압박에 굴복한 북한에 시혜를 베푼다는 식의 태도에서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고 불가침 협정과 평화 협정, 북·미 수교, 제재 해제, 경제적 지원 등 포괄적인 체제 보장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국의 첫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승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세계은행(W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려면 선결 조건으로 IMF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72시간’은 뉴욕은 물론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던 북·미 간 실무 접촉 결과를 모두 아우른 것이다. 뉴욕 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큰 그림을 완성해 갈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실질적 진전’은 미국이 고수해 온 CVID와 그에 대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체제 안전 보장’(CVIG) 간 어느 정도 입장 차가 좁혀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CVID의 원칙적 선언과 핵무기·핵물질·탄도미사일을 포함한 핵폐기 시간표, 이후의 검증·사찰 절차, 그리고 그에 조응한 일련의 체제 보장 패키지 로드맵이라는 전체 프로세스에서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북한에 상당 규모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선(先) 반출·폐기를 압박해 왔다. 이는 최고지도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몫이 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6-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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