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대가성 거래…군사기술 일부 이전 중”
저위력 전술핵무기 및 SLBM 관련 기술 거론
“북한군, 가족 처형 부담…동기결여 러군과 달라”
국정원 “북한, 통제 위해 파병가족 집단이주 격리”
북한 김정은, 전략미사일기지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2024.10.23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병력 파견으로 러시아와 혈맹을 공고히 하면서 첨단군사기술 이전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러시아가 이미 저위력 전술핵무기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기술 일부를 북한에 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는 북한이 (서방) 제제를 우회해 핵 능력을 강화하도록 돕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북러 간 군사 협력의 배경으로 올해 6월 평양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북러조약)을 꼽았다.
그는 “조약에 따라 러시아는 현금과 (현대전) 노하우를, 북한은 병력과 미사일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양국이 철저한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 즉 대가성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부다노우 국장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 말부터 러시아에 미사일 등 무기를 대량 공급했다. 특히 러시아 연간 포탄 생산량 290만개에서 겨우 10만개가 모자란 포탄 280만개를 실어 보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병력도 파견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 하바롭스크 등 극동 일대 4개 지역에 북한군이 훈련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최소 500명의 장교와 육군 대장 3명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달 말까지 2600명의 북한군 선발대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북한이 ‘자선 차원’에서 병력이나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며 러시아도 반대급부로 저위력 전술핵무기와 SLBM 기술 일부를 북한에 이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을 사실상 용인한 바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주장과 관련한 ‘독립적 확증’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 2022.10.11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기술 이전이 벌써 진행 중이라는 부다노우 국장의 발언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미사일총국 산하 ‘붉은기중대’ 소속 핵심 미사일 기술자를 일부 파견했다는 우리 정보 당국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들은 북한제 미사일의 발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술적 문제점 확인 및 추가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부다노우 국장이 거론한 SLBM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북한에 이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로 ICBM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해진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만약 북한이 청구한 ‘참전 계산서’에 러시아가 ICBM 기술의 ‘마지막 퍼즐’을 내민다면,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위협도 ‘단순 과시용’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국방력 현대화 역시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이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을 암시한다.
김정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24.9.13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부다노우 국장은 검증되지 않은 북한군이 드론전 등 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전장에 적응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다만 사기 저하와 동기 결여로 애를 먹고 있는 러시아군과 달리, 북한군은 사전에 학습된 이데올로기가 강점이라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자칫 문제를 일으키면 고향에 있는 가족이 처형될 수 있다는 압박감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에는 우려할 만한 지점이라고 부다노우 국장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23일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파병 가족을 집단이주·격리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국민의힘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과 파병군인 가족에 대한 효과적 통제·관리를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당국이 파병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지만 점차 소문이 유포되는 상황으로, ‘선발 군인 가족이 오열해 얼굴이 상했다’는 말도 회자한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러-우크라 전선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다며 18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해당 북한군 추정 인물 사진을 자체 AI 안면인식 기술에 적용한 결과, 이 인물은 작년 8월 김정은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21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총국 산하 ‘붉은기중대’의 미사일 기술자도 최근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제2 붉은기중대 군인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됐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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