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이스라엘 “서안서 미국여성 사살”, 가자국경에 아스팔트 도로깔아

선 넘는 이스라엘 “서안서 미국여성 사살”, 가자국경에 아스팔트 도로깔아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9-08 15:50
수정 2024-09-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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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집트 국경 사이 필라델피 회랑에 새로 아스팔트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 엑스 캡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집트 국경 사이 필라델피 회랑에 새로 아스팔트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 엑스 캡처


이스라엘 전역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장 많은 75만명의 시위대가 전쟁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이스라엘군(IDF)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에 아스팔트 도로를 새로 깔았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친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미국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머리에 IDF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영국 BBC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이른바 ‘필라델피 회랑’을 따라 새 포장도로를 건설 중인 사실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BBC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쪽 국경을 따라 아스팔트를 깔고 있는 것은 조만간 전면 철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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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지도를 두고 하마스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좁은 땅인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속 초록색 화살표가 필라델피 회랑이다. 예루살렘 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지도를 두고 하마스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좁은 땅인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속 초록색 화살표가 필라델피 회랑이다. 예루살렘 EPA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지중해 쪽 끝에서 도로 공사가 처음 시작돼 국경 장벽을 따라 5일 기준 6.4㎞의 도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됐다. 도로 폭은 대형차량 두 대가 한꺼번에 지날 수 있는 정도다.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국경의 전체 길이는 12.6㎞로 필라델피 회랑 구간의 절반 정도에 아스팔트 도로 공사가 이뤄진 셈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서쪽은 지중해, 북쪽과 동쪽은 이스라엘에 둘러싸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이 하마스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산소 파이프라며 이스라엘군의 주둔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약 20년 전인 2005년 가자지구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하면서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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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한 튀르키예계 미국인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가 2024년 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찍은 가족 사진. 국제연대운동 제공
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한 튀르키예계 미국인 여성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가 2024년 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찍은 가족 사진. 국제연대운동 제공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올해 5월 초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측 구역을 점령하고 필라델피 회랑 전체도 다시 장악했으며 이는 장기 주둔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회담에 대해 “지금 우리가 얼마나 휴전 협상에 가까이 있는지도 말할 수 없다”라며 “90%가 진행 중이고 마지막 10%가 항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미국 여성이 사망한 사태의 충격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활동가가 비무장 상태로 총을 맞았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 출신 미국 시민권자인 에이기는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국제연대운동의 자원봉사자로 서안지구에 왔다가 유대인 정착촌 확장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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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의 시신을 팔레스타인인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안지구 AP 연합뉴스
6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의 시신을 팔레스타인인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안지구 AP 연합뉴스


에이기는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서안 나블루스 인근 라피디아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에이기의 사망 소식에 미국 백악관은 충격을 받고, 이스라엘에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정부가 에이기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외무부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 정부가 저지른 살인”이라며 자국민을 죽인 자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기의 가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시애틀에서 살았던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연대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서 총격으로 외국인 1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고 위협을 가하는 등 폭력 행위를 한 주요 선동자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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