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도리스 리버가 7일(현지시간) 미 하원 공화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아들 가이 일루즈의 석방을 기원하다 울먹이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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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면서 이스라엘과 그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미국측의 첫 반응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분쟁 없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입장 아래 하마스 축출이라는 전쟁 목표가 달성되면 팔레스타인인, 즉 하마스 이외의 다른 팔레스타인 정당 등에 가자지구의 통치를 맡겨야 한다는 취지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이스라엘과 전쟁 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하마스는 그 방정식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런 결정은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 하며 가자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땅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가자의 재점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그것은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며 두 나라에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전날인 “10월 6일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데 우리는 이스라엘과 동의한다”며 “이스라엘과 이 지역은 안전해야 하며 가자는 더이상 이스라엘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개시하는 기지가 되어서는 안되며 그럴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의 전반적 안보를 무기한 책임진다’는 네타냐후 총리 발언은 하마스를 대체할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통치 체제가 갖춰지기 전까지 과도적으로 가자지구 치안을 관리하며 하마스의 재발호를 막겠다는 취지일 수 있지만 문제는 ‘무기한’이라고 굳이 못박은 것이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사실상 미국이 경계한 ‘가자지구 재점령’과 다름없을 수 밖에 없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라고 일각에선 해석했다.
커비 조정관은 가자 재점령과 인도적 교전 중단 등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우방이라고 모든 단어의 모든 뉘앙스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치적 성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항상 모든 현안에서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두 사람은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가 있고, 자국과 자국민을 10월 7일과 같은 위협에서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미국은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흘간 교전중단을 촉구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의 교전을 사흘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이 기간 하마스는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한편, 모든 인질의 신원을 검증한 뒤 명단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 제안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들이 인질과 관련한 합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또 사흘의 교전중단 기간, 현재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대하마스 작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의 인식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인도적 차원의 교전중단 기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들을 살해하고 납치했던 일 때문에 교전중단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하마스 지도부가 근거지를 두고 있는 카타르 정부를 통해 인질 석방 등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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