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극우 지지 이해 안돼…동독 이력 폄훼한 기사에 큰 충격”

메르켈 “극우 지지 이해 안돼…동독 이력 폄훼한 기사에 큰 충격”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0-03 11:16
수정 2023-10-03 12: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1990년 11월 옛 동독의 한 광산을 방문했을 때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그는 다음해 독일이 통일된 뒤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인 경력을 시작했다. AFP 자료사진
1990년 11월 옛 동독의 한 광산을 방문했을 때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그는 다음해 독일이 통일된 뒤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인 경력을 시작했다.
AFP 자료사진
“여러 가지로 짜증이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용과 전혀 관계없는 사상을 지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통일 33주년 기념일인 3일(현지시간) ZDF방송의 다큐 프로그램 ‘맥박’과 인터뷰를 했다. 2021년 12월 퇴임 후 첫 연론과의 공식 인터뷰다.

2015년 난민위기 당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여 유럽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 세를 키우고 있는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투표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는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튀링겐주, 브란덴부르크주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AfD가 3개주 모두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

메르켈 전 총리는 난민위기 당시를 돌아보며 “나에게 매우 화가 난 사람들이 있었다. 유로화가 곤경에 처했을 때 시작돼 많은 난민들이 우리에게 왔을 때 양극단으로 갈렸다”면서 “대다수가 아니라 급진적이고 시끄럽고 편협한 그룹이 큰 목소리를 냈고, 편협함에 맞서 나를 옹호하던 많은 이들이 조용해졌고 발언권이 적어졌다는 데 참담함을 느끼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2007년 6월만 해도 세계는 평화로워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 총리 로마노 프로디,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틈바구니에 유일한 여성으로 끼어 있으면서도 늘 대화와 타협을 주도했다.   AFP 자료사진
2007년 6월만 해도 세계는 평화로워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 총리 로마노 프로디,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틈바구니에 유일한 여성으로 끼어 있으면서도 늘 대화와 타협을 주도했다.
AFP 자료사진
16년을 총리로 일하고 평민으로 돌아간 메르켈 전 총리는 2021년 독일 통일 기념식 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옛 동독 경력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동독 이력을 ‘필요 없는 짐’으로 표현한 기사를 지목하며 “너무 놀라 명치에 한 방을 맞은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동독 출신으로 받은 차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시 나는 핵심이 빠진 느낌이었다”면서 “내가 성취한 모든 것, 경력과 성장이 동독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서는 쉽게 무엇인가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왜 총리 시절에 동독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모든 독일인의 총리라고 스스로를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또 동독 얘기하네’라고 낙인 찍힐까봐 동독 시절에 대해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동독 출신들은 여전히 후선에 밀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확인된다. ZDF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 후 33년이 흘렀는데도 2등 시민처럼 느끼느냐는 질문에 동독 출신의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4년 전보다 그 비중은 4%포인트 늘어났다.

“동독에 대한 대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동독 출신이나 이주 이력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출발점을 결함으로 여기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상 우리의 강점은 다양성이라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것으로 통일의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모든 사람을 포용합니다.”
이미지 확대
2015년 6월 독일 남부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는 메르켈 총리. 오바마는 다음해 그녀에게 “당신은 내 재임기간을 통틀어 세계의 어떤 다른 지도자보다 오랫동안 신뢰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AFP 자료사진
2015년 6월 독일 남부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는 메르켈 총리. 오바마는 다음해 그녀에게 “당신은 내 재임기간을 통틀어 세계의 어떤 다른 지도자보다 오랫동안 신뢰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AFP 자료사진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