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을 매일 수십건씩 받고 있다며 “이런 게 고립인가요?”라고 물었다고 연합뉴스가 26일 보도했다.

크렘린궁은 25일(현지시간) “현재 서방의 대중이 ‘러시아 혐오 선전’에 심각하게 세뇌당해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들을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언젠가는 인터뷰가 보장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연일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역설적으로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을 은근히 즐긴다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23일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을 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도 많은 기자가 몰렸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기자회견은 외국 언론인들 사이에서 이번 유엔 총회의 기대되는 행사 중 하나가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옮겼다.

그러면서 “라브로프 장관 기자회견장에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외신 기자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회견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수십명의 서방 기자들은 러시아 외교관들에게 질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온라인 매체 ‘브즈글랴드’도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라브로프의 기자회견은 언론인 사이에서 큰 관심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언론으로부터 ‘고립’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여기에서 할 일이 있어서 총회가 지루하지 않았다”고 답하며 러시아 대표단이 고립됐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계속 고립을 이어 나가야 하고, 당신으로부터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말장난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특히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에 들어가면서 외교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고립에 처했다.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러 밀착에 속도를 높이자 서방의 경계가 더 심해졌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안인 북한과 무기 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사안 역시 고립을 심화시키는 반면 관심도 끌어올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자신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혔고, 여러 외신에서 중요한 뉴스로 다뤘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세계 언론이 주목한 상황도 뉴스 소재였다.

타스 통신은 북러 정상회담 다음날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봤다”며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과 브라질, 일본, 스페인, 중국, 일본, 인도 등 각국의 북러 정상회담 관련 논평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