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입술 훔친 스페인축구협회장 “바보들이나 날 비난한다”더니…

선수 입술 훔친 스페인축구협회장 “바보들이나 날 비난한다”더니…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8-22 15:46
수정 2023-08-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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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루이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격파하고 사상 첫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수 에니퍼르 에르모소를 껴안으며 활짝 웃고 있다. 이 모습 직후 그는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갖다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비난을 자초했다. 시드니 로이터 연합뉴스
루이스 루이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격파하고 사상 첫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수 에니퍼르 에르모소를 껴안으며 활짝 웃고 있다. 이 모습 직후 그는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갖다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비난을 자초했다.
시드니 로이터 연합뉴스
“모두 내 잘못이다. 인정해야 한다.”

루이스 루비알레스(45)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축구대회 시상식 도중 자국 대표팀의 공격수 에니페르 에르모소(31)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춘 데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스페인은 주장인 올가 카르모나(23)의 결승골을 앞세워 마찬가지로 첫 우승을 노린 잉글랜드를 1-0으로 따돌리고 대회 첫 우승을 신고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순간적으로 많이 흥분했으며,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 순간, 우리는 자연스러운 일로 봤지만 밖에서는 동요가 일었다. 내가 사과해야겠다. 이 일로 깨달은 건데 회장이라면 더욱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스페인 여자축구 역대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에르모소는 시상식을 마친 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표현했다가 나중에 루비알베스를 옹호했다.

누리꾼뿐만 아니라 스페인 정부 각료들도 분노했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종”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며 “우리가 보통의 일로 여길 수 없다. 우리는 동의 없이 키스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구엘 이체타 체육부 장관은 공영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그가 맨처음 해야 할 일은 설명하고 사과하는 일이다. 그것이 논리적이며 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축구협회가 배포한 성명에 따르면 처음에 매우 불쾌해 했던 에르모소는 나중에 문제의 순간이 “공감에서 빚어진” 것이라면서 월드컵 우승이 가져 온 기쁨이 엄청나 일시적인 상호 제스처”라고 애써 루비알레스 회장을 감쌌다.

온라인에 돌고 있는 동영상을 보면 귀빈석에 앉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레티지아 스페인 왕비와 경기를 지켜보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사타구니를 움켜쥐며 벌떡 일어섰다. 이런 그의 행동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비난을 샀다. 에스파냐어로 ‘dimision ya’는 ‘당장 물러나’를 의미하는데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유행어가 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현지 COPE 방송 인터뷰를 통해 “뭔가를 축하하는 두 친구의 입맞춤”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이를 다르게 본 이들은 “바보와 아둔한 사람들”이라고 빈정거렸다. 그는 또 “그들은 무시하고 좋은 일만 즐기자”고 덧붙여 많은 이들의 화를 돋웠다.

현지 일간 엘 파이스는 관련 기사에 제목을 “에니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싫어해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달았다.

사실 스페인은 지난해 9월 일부 선수가 호르헤 빌다 감독의 강압적인 훈련 스타일에 염증을 느껴 대표팀을 떠나는 등 홍역을 치렀다. 15명의 선수가 연판장을 돌려 “감정 상태와 건강을 둘러싼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빌다 밑에서 훈련할 수 없다”고 호소한 일이 있다.

그러나 RFEF는 계속해서 빌다 감독을 계속 밀어줬고, 그 결과 스페인 대표팀은 사상 첫 우승을 일궜다. 대표팀의 공식 엑스 계정에는 ‘빌다 입성(VILDA IN)’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그런데 빌다 감독 역시 결승전 도중 코치진과 포옹하면서 여성 코치의 가슴에 손을 가져간 모습이 중계화면에 생생히 포착돼 입길에 올랐다. 온라인에서는 “성추행 우승감이다” “무슨 짓이냐”라며 그를 비난하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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