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군사반란에 실패한 바그너 그룹의 해외 사업을 인수하는 절차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를 떠나는 용병들의 모습.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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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외교부의 고위 관계자가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바그너 용병 사업의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같은 메시지는 바그너 그룹의 주요 활동 국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정부에도 각각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뒷배를 활용해 아프리카와 중동 여러 나라의 정부에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이권을 챙겨 왔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군사력을 아프리카와 중동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대신 바그너 그룹을 세세하게 통제하지 않고, 관계를 부인하기만 했는데 무장반란 사건 이후 용병사업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관여도를 높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무장반란 중단 이후 낸 육성 메시지를 통해 벨라루스로 망명한 뒤에도 바그너 그룹의 해외 작전을 계속 통제할지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국가가 사실상 바그너 그룹의 유지를 맡았음에도 콩코드 기업의 소유주(프리고진)는 군에 음식을 공급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억 루블(약 1조 2230억원)을 벌었다”면서 “당국이 바그너 그룹과 수장에 지급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돈줄을 죄어 프리고진의 영향력을 묶어놓겠다는 포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 특사를 지낸 존 피터 팸은 “바그너 그룹의 용병 활동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면서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SJ은 “이제 바그너 그룹의 운명은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밀어내고서도 3개 대륙에 구축한 바그너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이 사용하던 장비를 인수하는 등 산하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바그너 소속 용병들에게 국방부와의 계약이나 귀가, 벨라루스행 등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상태다.
현재 바그너 그룹에 소속된 용병은 러시아에만 2만 5000명, 해외까지 합치면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와 아이티 등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반란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은 지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국영 RT 방송에서 바그너의 무장반란 때문에 아프리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잠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정부 관리들이 현지 지도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반란이 러시아의 파트너 및 우방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안보·전략·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인 페데리카 세이니 파사노티 역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바그너 용병들을 필요로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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