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런데 LTV, DTI를 도입하면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에 금융접근성은 떨어지게 된다. 즉 LTV, DTI는 국민의 금융접근성을 다소 제한하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책 당국은 LTV, DTI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 규제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히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에 대해서는 LTV, DTI를 강화한 반면 지방 등 수요가 적은 비인기 지역에 대해서는 LTV, DTI를 강화하지 않았다.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라는 원래의 정책 목표를 생각한다면 수요가 별로 없는 비인기 지역은 작은 충격에도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므로 LTV를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DTI는 개인의 부채상환 능력 대비 대출 한도이므로 지역과는 크게 관계없이 설정되는 것이 좋다.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수단을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활용하다 보니 다소 어색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LTV, DTI가 강화됨에 따라 대출 가능 규모가 줄어들어 애초부터 가진 자산이 적은 흙수저들이 집을 사려면 더 많이 저축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 금융접근성이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폭등하는 집값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집값의 폭등 그리고 지역 간 차별화는 가계의 자산 양극화를 초래하고 불로소득을 양산하며 우리 사회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집은 투자 자산이기도 하지만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모든 국민의 삶의 터전인 집을 주식처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다수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집에 대한 투자 수요를 좀 줄여 줄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누진과세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울의 강남권이다. 이 지역은 직장과의 거리, 지하철 등 교통, 교육, 생활편의성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친다. 그런데 추가로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한 데다 재건축도 규제가 심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으니 당연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이 지역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이에 따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정부가 확실히 환수해 불로소득을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또 직장이 많은 서울의 중심부나 강남권으로의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어디에서도 이 지역들에 빠른 시간에 접근할 수 있다면 강남권에 대한 수요가 다소 분산될 것이다. 지하철 급행선 도입과 광역급행철도(GTX) 등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강남 이외 지역의 인프라 및 생활환경 개선, 강남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교육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LTV, DTI를 조정해 집값 안정화를 도모한 것은 일단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LTV, DTI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초 목적대로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활용될 필요가 있다.
2017-06-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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