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육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대기권을 통과한 뒤 지구에 재진입해 공격하고픈 목표물에 착탄하려면 대기권 진입 시에 받는 수천 도의 열에 탄두 외부가 크게 녹지 않고 열을 견뎌 내어 내부에 장착된 핵폭탄이 손상되지 않고 상대방 목표물에 도달해야 한다. 1994년 오렉스(OREX)로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일본의 경험을 보면 재진입 기술 확보는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본의 실험을 분석해 보면 끝이 뾰족한 원추형 탄두가 재진입에 유리할 것 같지만 실험을 해 보니 원추형이 열을 더 많이 받아 금방 녹아내렸다. 그래서 중국식 냄비 모양으로 외부가 둥그런 모양의 오렉스를 만들어 재진입 시의 속도와 열을 견디는 재질을 검증했고 지상의 목표에 오차 없이 도달하는지를 실험했다. 재진입 기술은 통신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우주개발 초기에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해 지구 상의 상대방 주요 시설을 촬영하고 캡슐 형태로 지구에 재진입시킨 뒤 회수해 캡슐 내부의 손상되지 않은 촬영 자료 사진을 분석, 상대방 국가의 깊숙한 시설을 염탐했던 기술이다. 이 과정이 사람을 태워 지구로 귀환하는 시대로 발전했다.
군사적 목적이 강했던 미국, 러시아, 중국은 재진입 기술에 총력을 기울여 유인 우주선 국가가 됐고, 일본은 재진입 기술은 갖고 있으나 유인 우주선이 없는 점이 여타 우주 선진국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핵탄두가 없는 일본이 먼 미래를 위해 비행체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과정을 보면 북한의 같은 과정에 대한 추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은 1994년 2월 직경 3.4m, 질량 870㎏의 냄비 모양 오렉스를 만들어 일본 최초의 자국산 로켓인 H2의 시험기 1호로 고도 450㎞에 발사해 지구궤도를 돌게 한 다음 태평양에 무사히 착수시켰다. 재돌입 중에 캡슐(북한이라면 어떤 형태의 비행체가 되겠지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지상국 기지에 보내 탄두 외피가 얼마나 열에 견뎠는지 확인하고 재진입 기술의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구축했다.
일본이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자 사용했던 오렉스의 외부 재질은 열에 녹지 않는 세라믹이나 테프론, 탄소복합재 등으로 이 소재들이 미사일의 탄두 덮개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요리에 쓰이는 프라이팬이나 유리 주방그릇 등의 민생용품으로 응용됐다. 재진입 시 열을 얼마나 받느냐는 탄두의 질량과 속도에 비례하는데 속도가 빠를수록 탄두가 받는 온도는 높아진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나라들은 북한이 이번에 보여 주었듯이 지상의 모의시설에서 고온, 고압을 걸어 탄두가 얼마나 잘 견디는지 실험해 본 뒤 실제로 우주공간에 보내 지구로 재진입할 때 폭탄이 상하지 않고 지구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그 과정이 성공하면 북한도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는데 북한은 아직 그 경지까지는 기술 확립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4회의 핵실험과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탄 능력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에 뼈아픈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시간을 더 주면 북핵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맞닥뜨릴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 안보의 현실이다. 전례 없는 국제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북핵 위협을 말끔히 걷어 내는 결단이 절실한 때다.
2016-03-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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