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오사카 유신회 여덟 책략/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오사카 유신회 여덟 책략/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입력 2012-02-25 00:00
수정 2012-02-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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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지난해 11월 말 하시모토 도루가 오사카 시장에 당선되었다. 지금 일본은 그가 향후 정계의 핵으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암중모색이 한창이다. 그의 인기가 비등하자 시장 선거에서 반대 진영이었던 여당 민주당이나 야당 자민당도 그와의 연계를 모색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 와중에 그가 이끄는 오사카유신회가 여덟 책략(維新八策)을 내놓자, ‘앗!’ 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기존 정당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총리의 직접선거제(公選制)’ 도입이나 ‘참의원 폐지’까지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먹고는 싶으나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의 전형이다.

변호사였지만 그는 막 나가는 탤런트처럼 행동하여 인기를 얻었고 그 여세를 몰아 4년 전 오사카부(府:광역자치단체) 지사로 당선되었다. 지사 취임식장에서부터 소속 공무원들을 향해 ‘당신들은 파산 직전의 회사 직원’이라 몰아붙이며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언동과 파행을 구사했다. 부(府) 지사 당시에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통합하여 도쿄도(都)와 같은 오사카도(都)를 만들겠다고 호언하면서, 그에 반대하는 전 오사카 시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오사카부 지사직을 임기 만료 전에 내던지고 자신이 직접 오사카 시장이 되겠다 하여 지사·시장 동시 선거를 연출한 것 또한 하시모토였다. 그는 이 선거에서 대립후보였던 전 시장보다 23만표나 웃도는 75만표를 얻어 오사카 시장직을 꿰찼으며, 자신과 손잡은 부(府) 지사 후보도 당선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정당 오사카유신회는 지방의회 의원을 다수 배출하였으며, 다음 중의원 선거공약으로 유신팔책까지 내놓으며 오사카의 정치 축으로 자리잡았다. 유신팔책의 여덟 개혁 분야는 통치기구, 재정·행정, 공무원제도, 교육, 사회보장, 경제·고용·세제, 외교·방위, 헌법 개정을 망라한다.

원래의 여덟 책략은 메이지유신 직전인 1867년 도사번(土佐藩) 지사(志士)였던 사카모토 료마의 선중팔책(船中八策)에서 비롯한다. 에도 막부 체제를 평화적으로 끝내기 위해 나가사키에서 교토로 향하던 배 안에서 료마가 생각해 냈다고 하는 것이 선중팔책이다. 그 취지는 ‘아직 막부를 지지하는 번이 많으니 무리하게 무력으로 토벌하려고 하면 내란이 일어나고, 그렇게 되면 영국이나 프랑스의 외국세력이 간섭하여 오게 되므로, 그리 되지 않도록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료마는 같은 해 11월에 암살되었지만, 헌법 제정과 상하 양원의 의회정치, 외국과의 불평등조약 개정 등을 담고 있던 선중팔책의 이상은 메이지정부로 이어져 일본 근대화의 기초가 됐다.

무엇 하나 시원시원하게 정하지 못하는 일본 국회의 답답함을 못 이겨 도쿄도 대통령으로 일본을 바꾸겠다고 뛰쳐나온 사람이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다. 그가 국회를 뛰쳐나왔다 하여 일본의 국가 정책 결정과정이 달라진 것은 없다. 유신회 여덟 책략의 목적 첫머리에 ‘결정하고 책임지는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영웅을 만들지 않고 일인 지배를 극력으로 꺼리며 관료 지배로 일관해 온 일본이다.

도쿄의 이시하라, 오사카의 하시모토가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출을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회오리 바람으로 지나갈 듯하다. 오사카, 나고야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縣) 지사나 시정촌(市町村) 장들의 본심은 책임지는 자립을 바라지 않으니 말이다. 50년 이상을 지배해 온 자민당 정권이 2009년 9월에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었어도 달라지지 않은 일본이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10월 유신을 겪었던지라 오사카유신회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이거 큰일났다’ 할 때는 총리가 바뀌거나 국회의원 몇명이 교체되는 때가 아니다. ‘진짜 큰일났다’ 할 때는 경제가 폐색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나랏빚(재정적자) 누적을 감당하지 못할 때일 것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일본사회에 대해, 경제 및 재정변화에 예리한 감각을 터득해 두는 것이 올바른 현실직시가 아닌가 싶다.

2012-0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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