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독버섯과 고구마/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독버섯과 고구마/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입력 2011-11-15 00:00
수정 2011-11-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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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자본주의 사회는 버섯 모양이다. 큰돈(자본)이 작은 돈을 흡입하는 까닭에 부의 대부분이 위층으로 쏠리고 아래는 가늘어지는 버섯 모양이다. 자본주의를 세계에 퍼뜨린 미국에서조차 버섯모양 속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상위 1%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나머지 99%가 말라간다.’고 자본주의 상징거리 뉴욕 월가에서 데모한다. 자본주의는 중산층을 만들어내기 어렵지만 잘만 하면 버섯처럼 쑥쑥 덩치가 커지는 특징도 있다. 이런 유혹에 지구촌 곳곳에서 버섯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국과 인도가 쑥쑥 크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ASEAN+6(한·중·일·인도·호주·뉴질랜드) 등으로 텃밭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거대한 움직임에, ‘이래선 안 되겠다. 나도 끼겠다.’하고 태평양 저편 미국이 중심이 되어 내세운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 참가예정 10개국 중 미국과 일본이 전체 경제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 일본을 참가시켜 구색을 갖춘 TPP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참가를 종용한다. 이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11일 TPP 협의 참가를 발표했고 그로 인해 일본은 정치 싸움이 한창이다. ‘미스터 엔(円)’으로 알려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TPP는 미국이 안달하여 일본을 끼워넣고자 하는 것이니 TPP 참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을 흔들고 미국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아시아의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일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자.’고 일본에 타진한다. 한국은 한국대로 한·미 FTA 체결 문제로 갈등이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의 재정파탄 가능성이 불거져 있다. 그 여파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도 7%를 넘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 지원을 할까 말까 하는 위험수준이다. 미국은 실업률이 9%를 넘으니 제 코가 석자이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요동치니 글로벌을 지향하던 한국경제도 어지럽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는 중산층이 살찐 통통한 고구마 모양이다. 불행히도 자본주의에는 버섯 모양 사회를 고구마 모양으로 바꾸는 자율적인 힘이 없다. 불어난 상층의 부를 덜어내 가운데를 크게 하여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의 욕망이 너무 이기적이다. 언제 어떻게 순간적으로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신의 재산을 움켜쥐게 만든다. 이런 정체 모를 불안감에 가위눌려 있으면서도 ‘경쟁! 필승!’이란 함성을 지르며 구보하고 있다. 이미 올려진 욕망의 닻이 너무도 높고 내달리는 속도도 엄청 빨라 멈춰서지 못한다. 브레이크를 걸 수도 없고 걸었다가는 파열될 수도 있다. 한국의 분위기도 ‘빨리 자유무역의 물결에 휩쓸립시다.’이다. ‘어! 어!’ 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FTA나 TPP로 파이는 커지겠지만, 부가 위층으로 쏠려 버섯 모양으로 커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를 보면 잘 살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위층만 번지르르하고 아래층은 각박하게 마르고 있다. 돈 버는 경쟁 욕망을 너무 키워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간과 아래가 마르다가 자칫하면 위층도 쓰러진다. 미국도, 유럽도, 한국도 젊은 층 실업률은 10%를 훨씬 넘는다. 가운데가 통통한 고구마형 사회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서 버섯 모양으로 커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욕망이 소망을 누른다. 돈 벌고 출세하겠다는 욕망이 사랑하는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 소망을 덮으려 하니 말이다. 사람을 돈 벌기 욕망으로 채워 소박한 소망을 가리는 악성코드가 숨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조용히 살고 싶어도 생존경쟁이란 네 글자가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인간도 동물인 이상 생존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좀 더 현명한 생존경쟁은 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할머니가 쪄준 통통한 고구마를 그리워한다. 자본주의는 그런 따뜻한 정경을 부숴 버리는 무자비함이 있다. 요즘 취업 준비하는 젊은이한테 고구마를 쪄주면 ‘나 바빠. 안 먹어. 경제학 공부해야 돼!’ 라고 할지 모르겠다. 참 죄 많은 경제학이다.

2011-11-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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