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안풍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되면 안풍은 날개를 달게 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권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이고, 최근 들어 (2010년 지방선거, 올해 봄의 강원도와 분당 재·보궐선거 등) 지역주의 투표현상도 흔들리고 있고,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비롯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대규모 유권자 동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PK(부산·경남)와 보수의 이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 제3당이 약진할 것으로 본다. 과연 안풍이 지역정당 체제를 뒤엎을 만한 위력을 발휘할까? 걸림돌이 수없이 많지만 중요한 것만 지적하자면 우선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이중적인 정치심리를 들 수 있다. 유권자들이 규범과 이상의 차원에서 안철수식 리더십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만 현실과 행동의 차원에서는 냉정하게 이웃 사랑, 지역 사랑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지연, 혈연, 학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투표장에 가면 제3당 대신에 지역정당을 선택할 것이므로 현행 지역정당 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정보화시대에는 유권자와 소통하는 데 정치비용이 적게 든다고 하지만 당을 만들어 유지하려면 엄청난 경비를 조달해야 하는데,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정도가 아니면 1~2년 내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더욱이 정보화시대에 유권자들은 참을성이 없어져서 제3당이 정치적 업적을 낼 수 있을 만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내년 총선 이전에 가시적인 업적을 내지 못하면 안풍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흔히 복마전이라는 서울 시정에서 반년 만에 유권자가 만족할 만한 업적이 나올 수 있을까? 더욱이 현행 국회의원선거제도는 제3당에 매우 불리하다. 1위와 2위 간에 경쟁하는 소선거구제는 여당과 제1야당에 유리하고,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지금까지 지역정당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바꾸지 않는 한 제3당이 설 자리는 매우 협소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안풍의 장래가 밝지 않다고 보지만 새로운 인물과 정당의 출현을 열망하고 있고, 또 기성 정당의 쇄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안풍은 과거의 정치 바람과 다르기를 바란다.
2011-09-27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