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년기와 인생계절/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열린세상] 중년기와 인생계절/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입력 2010-12-13 00:00
수정 2010-12-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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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중년이 되면, 외모는 물론 감각기관과 신체 내부 기능 및 생식 기능에서 노화의 징후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신체 변화는 중년기 위기와 같은 심리적 문제를 동반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중년기를 사추기(思秋期)라고도 부른다. 청소년들이 겪는 사춘기(思春期)와 대비시킨 말이다.

젊은이들은 봄날과 같이 피어오르는 일만 있고, 중년에겐 그저 저물어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조명하는 중년의 모습은 거의 그렇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8년도에 수행한 한국인의 행복 결정 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40대와 50대가 20대와 30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연령이 낮을수록, 그리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높은 행복지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 중 중년이 20, 30대보다 덜 행복하고, 그중에서도 50대 남자들이 가장 행복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세세한 영역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런 결론이 난다.

지난달 한 학회에서 한국 중년의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난, 중년 남성의 행복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100명이 조금 넘는 중년 남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그중 하나는 인생 계절에 관한 것이었는데, 중년 남자들 중 자신의 인생 계절을 봄이나 여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여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정점’ 혹은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봄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지금부터가 내 인생의 시작’ 혹은 ‘삶이 봄날처럼 새롭고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인생 계절을 가을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도 삶 속에서 결실을 맺거나 ‘가을과 같은 안정감을 가져서’라고 진술한 경우가 많았는데, 흔히들 생각하는 쓸쓸한 가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많은 중년들은 중년기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꿈을 펼치는 시기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50대가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지수가 40대보다 조금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50이 되면서 욕심을 많이 버리고 더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에릭슨은 중년기의 발달적 위기가 생산성을 이루는 중요한 문제라고 하였는데, 중년기엔 자녀 양육에 박차를 가하고 능동적으로 직업에 몰두하며 사회의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발달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침체성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개인의 생산성은 사회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된다.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당황해하는 중년들을 사회는 그저 무능하게 바라볼 때가 많다. 중년 자신들도 이럴 때마다 스스로 몹시 위축된다. 그러나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만이 아니다. 기존의 정보들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은 발달적으로 필요한 과정들을 겪어야만 쌓이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혼과 카텔도 지혜와 같은 결정성 지능은 중년기 이후에 더욱더 증가한다고 하였다.

중년기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봄과 여름처럼 살길 원하고 또 그렇게 살 수 있다. 감정이 섬세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특성과도 많이 닮았다. 중년은 마음의 안정을 찾고 보다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니, 어찌보면 자원이 더 많은 셈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중년기에 나타나는 약점들만 들추어낸 경향이 없지 않다. 이제부턴 단순한 수치로 중년을 판단하지 말고 중년이 지닌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봄과 여름을 맞은 중년들이 더욱더 그 계절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겨울 속에 파묻혀 있는 중년들도 봄과 여름 들판으로 나오게끔 하면 좋겠다. 중년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사회로 환원될 것이다.
2010-12-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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