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에게/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에게/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

입력 2010-03-22 00:00
수정 201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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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일 후 우리는 지역의 지도자를 뽑습니다. 우리는 투표장에 가면서 지도자를 ‘뽑으러’ 간다고 말합니다.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밭에서 잡초를 뽑아 버리듯이 뽑아 버리는 것이 아니지요.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기대하고 밀어주며 기다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 주민들은 지도자를 뽑아서 버리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지금까지 당선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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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우리 사회에서 선거란 훌륭한 사람을 뽑는 제도가 아닌지가 이미 오래된 것 같기도 합니다. 선거란 출마한 사람 중에서 덜 나쁜 사람을 뽑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출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하듯이 가족의 풍요한 삶을 위해서는 도시의 환경을 가꾸어야 합니다. 기업의 존재공간도 도시로 표시되고, 도시의 품격은 그곳에서 생산된 상품의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시장·군수·도지사는 바로 이러한 도시를 경영하는 책임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을 들여다보면 말이 아닙니다. 지역이 지향해야 할 목표 하나 제대로 공유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지도자는 혼자서 열심인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농부라도 소만 보고 밭을 갈면 비틀비틀하게 됩니다. 그래서 노련한 농부는 논 앞의 소나무를 기점으로 정합니다. 소나무가 목표라면 소가 소나무를 향하게 하는 것이 방침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시청과 군청에 가보면 목표는 없고 방침만 난무합니다. 지도자 혼자서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주민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소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그것이 선거의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부정과 부패에서 초연한 것만을 가지고서 지도자의 자질이 있다고 착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 시간 그 역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죄를 짓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꾸며 쓸데없는 분쟁을 야기시키는 것이지요. 일 없이 또는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서도 자리에 머물러 있는 행위를 절위(竊位)라고 합니다. 절위란 말 그대로 ‘자리를 훔치는’ 범죄행위이지요. 그것은 마치 용변도 보지 않으면서 화장실만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용변 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처럼 자신을 더럽히고 남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참으로 큰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도 자각해야 합니다. 시대가 부여한 엄청난 소임을 맡은 것 그 자체가 최대의 보수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자께 질문 드립니다. 당신은 공직을 경쟁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입니까? 그렇다면 당장 사퇴를 하십시오. 공직을 새로운 승부의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답해 보십시오. 지금, 지역의 무엇을 위하여 어떠한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왜 그것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도 말해 보십시오.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자리에 앉는 것을 목표로 삼을 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무언가 해 보려는 당신의 열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열정은 있어도 비전을 갖지 않은 후보가 너무 많습니다. 비전 없는 행동은 악몽(惡夢)과도 같습니다. 자신에게 분명한 비전이 있는지를 자문해 보십시오. 비전은 납득시키고 또 더불어 행동하게 하는 설계도입니다. 행동력이 있는지도 챙겨 보십시오. 행동력은 비전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드는 힘이지요. 행동이 따르지 않는 비전을 백일몽(白日夢)이라고 합니다. 우리 주민들은 백일몽을 꾸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 도시의 지도자는 지역이 나아갈 전략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세상의 재능과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도 겸비해야 합니다. 주민들은 지역의 보스가 아니라 비전을 가진 교섭자를 선출하려 한다는 것을 상기해 주십시오.
2010-03-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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