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통일동산의 정부 소유 부지에 각종 문화기관이 잇따라 시설을 세우고 있다. 자유로에 붙어 있어 교통 접근성이 좋은 데다 헤이리예술마을과 맞붙어 거대한 문화예술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은 입지다. 문제는 이런 핵심 요지를 정부 문화기관들이 그저 소장품이나 기자재를 보관하는 창고 개념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2017년 가장 먼저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가 가장 좋은 터에 자리잡았다. 숭례문 상층 구조 등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관이 지난해 개관했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1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가 기능을 시작했다. 경복궁 민속박물관에 부족한 수장시설을 보완하며 전시 및 교육 기능도 갖춘다고 했지만 조직과 인력은 주지 않았으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오는 9월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에 이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료센터와 국립한글박물관 수장센터도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곳을 관람객 친화적인 ‘국립박물관 문화클러스터’로 만드는 논의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줄기찬 요구에 정부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 부지 면적은 23만㎡에 이른다지만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진작 클러스터 계획을 세웠다면 공동 주차장과 공동 편의시설로 관람객 우선의 편리한 동선을 구축하고 헤이리와의 소통도 극대화하는 설계가 가능했을 터라 아쉽기만 하다. 버스가 이미 떠난 상황에서의 클러스터 논의인 만큼 더 많은 고민과 과감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4-07-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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