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침묵의 지하철/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침묵의 지하철/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4-02-08 02:43
업데이트 2024-02-0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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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이 시끄럽다. 제 안방인 양 떠드는 사람들에다 신체접촉이 시비가 되어 옥신각신 다투는 남녀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 이용 매너를 잊은 사람들이다.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거리두기’에 나선다.

예전의 지하철 풍경이 생각난다. 손수레나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며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에 곤궁해진 처지를 적은 누런 마분지를 무작정 승객들의 무릎 위에 올리곤 도와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십자가도 떠오른다.

이런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침묵이다. 신체접촉 언쟁이 주먹다짐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좀체 개입하기를 꺼린다. 아예 덜 시끄러운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목소리를 냈다가 겪게 될 봉변을 우려한 자기보호본능이다.

이런 침묵은 금이 아니다. 몰지각에 대한 동의도 아니다. 다시 ‘지하철 목격자’가 된다면 이어폰을 내던지고 용감한 중재자로 나설 것인가, 차가운 시선만 날릴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박현갑 논설위원
2024-02-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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