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남 탓’하는 행태를 풍자하는 촌철살인 속담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잘되면 제 복, 못되면 조상 탓’은 그나마 점잖은 축에 속한다. ‘넘어지면 막대 타령이라’, ‘문비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같은 속담에선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군자의 문은 좁고, 소인의 길은 가깝다.
개인이 소인으로 남는 건 각자의 인생이지만 나랏일 하는 이들의 습관적인 ‘남 탓’ 병은 국가적 불행이다.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정부 탓, 정부는 전 정권 탓하는 악순환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며칠 전 열린 국회 교섭단체 여야 대표 연설은 고성과 막말까지 더해져서 목불인견이었다. 견학 온 초등생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2023-06-2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