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의 얘기다. 고향 친구의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듣고 괴로웠다고 했다. 부의금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사업이 어려웠던 탓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친구의 부친상을 모른 척하기는 더더욱 도리가 아니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렵사리 봉투를 마련해 문상을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들고 간 것은 ‘빈 봉투’였단다. 그는 부의금 대신 고인을 향한 애도의 글을 정성껏 써 넣었다고 했다.
고(故) 박완서 작가의 유언은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 “문인들은 돈이 없다”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문인들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린 작가의 마음 씀씀이도 감동을 주지만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한 가족들도 대단하지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불경기로 경조사비가 많이 박해졌다고 한다. 꼭 필요한 지출에는 손을 못 대고 조정이 가능한 경조사비를 줄이는 식으로 가계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응한단다. 말은 못 해도 부조할 돈이 부담스러워 경조사에 못 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가도 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고(故) 박완서 작가의 유언은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 “문인들은 돈이 없다”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문인들의 어려운 형편을 헤아린 작가의 마음 씀씀이도 감동을 주지만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한 가족들도 대단하지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불경기로 경조사비가 많이 박해졌다고 한다. 꼭 필요한 지출에는 손을 못 대고 조정이 가능한 경조사비를 줄이는 식으로 가계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응한단다. 말은 못 해도 부조할 돈이 부담스러워 경조사에 못 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가도 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6-2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