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할머니 가설/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할머니 가설/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6-05-11 17:52
수정 2016-05-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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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유치원 가는 손자들을 챙기고,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 주는 할머니들을 자주 본다. 비가 오면 젖을세라 옷을 여며 주고, 겨울이면 추울세라 모자를 씌운다.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눈길은 사랑 그 자체다.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폐경이 지나도 10~20년 건강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진화의 시각에서 본다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비생산적’인 여성들이 그토록 오래도록 살 필요가 있을까. 그 답으로 미국 인류학자인 커스틴 호크스는 폐경 이후의 할머니들이 자식을 낳지는 못하지만 손자들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후손들의 생존성을 높여 준다는 ‘할머니 가설’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손자들을 지극정성 돌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할 가능성도 높이고, 이는 진화에도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동네 할머니들만 봐도 일리가 있는 이론이지 싶다.

하지만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고 싶은 할머니들은 많은데 돌볼 아이들이 적어진다는 얘기다. 그럼 할머니 가설은? 새로운 할머니 이론이 나올 때가 된 듯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5-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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