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비/손성진 논설실장

[길섶에서] 봄비/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입력 2016-05-03 18:00
수정 2016-05-04 00: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메마른 가슴과 타들어 가는 대지를 흠뻑 적셔주어 먼 길 걷다 만난 샘물처럼 고맙기 그지없는 비다. 이 비가 그치면 푸릇푸릇한 신록이 온 산을 덮으리라. 우리네 마음도 촉촉이 젖어 이럴 때면 파전을 곁들인 막걸리 한잔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만개한 꽃잎을 떨어뜨리는 것도 봄비이니 봄비의 분위기는 왠지 서럽고 슬프다.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통속적인 대중가요들이 그렸듯이 봄비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도록 봄비가 내릴 때쯤이면 그 비처럼 기다리던 사랑이 찾아오고 또 떠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봄비는 반가움과 기쁨의 느낌을 주는가 하면 주르륵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같기도 하다.

때로는 우산을 들지 말고 따스한 듯 차가운 봄비를 온몸으로 맞아보고 싶다. 세상사에 찌든 답답한 속까지 시원하게 씻어주지 않을까.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6-05-04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