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월 14일은 ‘블랙데이’였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초콜릿, 사탕을 받지 못한 싱글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내게도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있다. ‘촌놈’들의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일이다. 우리는 먼 길을 돌아 목포역 앞 중화반점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님이 짜장면과 우동을 먹자고 했다. 검은 걸 먹고 싶은데 이름을 몰라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내 앞에 앉은 친구에게 검은 음식이 담긴 그릇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다. 그는 “우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 우동. 선생님이 “짜장면 먹을 사람” 하자 한 테이블에 앉은 우리 네 명만 가만히 있었다. 이어 선생님이 “우동 먹을 사람”이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
그릇이 테이블에 놓였고, 검어야 할 우동은 하얀색이었다. 그제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선택을 강요한 선생님이 야속했고, 친구에게 물어본 걸 후회했다.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과 첫 대면을 했다. 상상 속의 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다. 짜장면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건 ‘아픈 추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선생님이 짜장면과 우동을 먹자고 했다. 검은 걸 먹고 싶은데 이름을 몰라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내 앞에 앉은 친구에게 검은 음식이 담긴 그릇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다. 그는 “우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 우동. 선생님이 “짜장면 먹을 사람” 하자 한 테이블에 앉은 우리 네 명만 가만히 있었다. 이어 선생님이 “우동 먹을 사람”이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
그릇이 테이블에 놓였고, 검어야 할 우동은 하얀색이었다. 그제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선택을 강요한 선생님이 야속했고, 친구에게 물어본 걸 후회했다.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과 첫 대면을 했다. 상상 속의 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다. 짜장면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건 ‘아픈 추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4-15 31면